국정원 대선개입 - 매관매직說 둘 다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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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첫 국정원 국정조사… 어디까지 파헤칠까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래 처음으로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 대한 국정조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놓고 격돌하던 여야는 26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정조사의 명칭은 기존 합의대로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로 했다.

국정조사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국정원은 1차장을 중심으로 국정조사 대응팀(TF)을 꾸리고 매일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라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인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요구서에 지목된 조사 범위에 민주당이 주장한 내용이 대부분 반영된 것도 국정원엔 부담이다. 여야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 지시 의혹 및 국정원 여직원 댓글 관련 등 선거개입 의혹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직권남용 의혹 및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키워드 확대 등 수사 관련 의혹 △전현직 국정원 직원 대선 및 정치 개입 관련 의혹과 비밀누설 의혹 등으로 조사 범위를 합의했다. 새누리당이 주장해 온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기로 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국정원 직원이 민주당 측에 정보를 제공하고 고위직을 약속 받았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할 계획이다.

첫걸음은 뗐지만 국정조사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여야는 국정조사실시계획서에 포함될 조사 기간, 대상 기관 및 증인 채택 등을 두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계획서를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벌써부터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수사권이 없는 국정조사는 증인이나 참고인의 ‘입’이 핵심인 만큼 민주당은 사건 관계자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하는 ‘융단폭격’ 전술을 펼 것으로 보인다. 남재준 국정원장과 원 전 원장은 물론이고 국정원 전현직 간부와 실무진, 김용판 전 청장, 권영세 주중국대사,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이 ‘필수’ 증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에 맞서 문재인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을 증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이 국정원법이 규정한 ‘비밀준수’를 앞세워 출석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인 증언으로 일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국정원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국정원 개혁’ 법안들을 연이어 발의하며 국정원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원의 명칭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변경하고 정치 개입의 빌미가 되는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 업무를 폐지하도록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정원장이 법률을 위반할 경우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도 마련했다. 이에 앞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요청할 경우 주기적으로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과 간담회를 열고 국정원 개혁 및 국정조사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조사는 정치 공방이 아닌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을 드러내고, 국정원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 제도적인 개혁 방향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길진균·권오혁 기자 leon@donga.com
#국정원#국정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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