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 무분별하게 도입땐… 벼룩 잡다가 초가삼간 태울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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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의총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 봇물… 공정위도 “충분한 검토” 한발 물러서

“경제악법 중단” 유호열 교수 1인시위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유호열 고려대 교수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포퓰리즘 경제악법 입법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유 교수를 시작으로 6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날 때까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경제악법 중단” 유호열 교수 1인시위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유호열 고려대 교수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포퓰리즘 경제악법 입법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유 교수를 시작으로 6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날 때까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집단소송제의 확대 등 최근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움직임에 대해 새누리당과 정부에서 동시에 속도 조절론이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에서 “집단소송제 확대 및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 도입은 법리 문제와 부작용 방지 장치 등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한 뒤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일부만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기면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도 자동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지금은 증권 분야에만 적용되고 있다. 사인의 금지청구제는 공정위의 조사나 시정조치를 기다리지 않고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두 제도 모두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고 여야 정치권에서도 입법을 강력히 추진해 왔지만 소송 남발의 우려가 있는 데다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논란이 돼 왔다. 이날 공정위의 태도는 문제의 여지가 있는 일부 법안은 위험 요인을 안고 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새누리당의 정책 의원총회에서도 집단소송제 등 일부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정무위 소속 김용태 의원은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해 “무분별하게 도입하면 선의의 피해를 보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 특히 공정위에 모든 판단 권한을 주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완종 의원도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는 제대로 규제해야 하지만 집단소송제 도입은 자칫 ‘벼룩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선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사실상 도입이 불가능한 건데 왜 논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론 차원의 정리를 요구했다. 다만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소속인 이종훈 의원은 “‘을(乙)’이 공정위 결정과 상관없이 직접 (대기업에) 대항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경제민주화 법안 중 공감대가 형성된 주요 법안은 6월 국회에서 처리하지만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 민감한 법안은 추가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날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신규 순환출자 금지, 하도급 부당특약 금지 등 3개 과제는 이번 6월 국회에 중점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공정위는 퇴직자에 대한 전관예우, 조사정보 유출 등에 관한 윤리규정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공정위 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퇴직자와 사적인 접촉을 하거나 조사정보를 유출하는 행위, 변호사 소개 및 청탁 알선 행위 등은 엄격히 금지된다.

세종=유재동 기자·이승헌 기자 jarrett@donga.com
#경제악법#유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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