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수첩’ 덮고 귀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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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때 장관 김대환을 노사정위원장에 깜짝 임명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에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64·사진)를 임명했다.

김 신임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4년 2월부터 2년간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사정위원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지만 직급이 법령에 정해져 있지 않은 데다 비상임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에서는 어느 자리보다 비중이 크다. 박 대통령이 국정의 최대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한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산적한 고용 현안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히든카드’로 꺼냈지만 노사 모두 반대가 심하다. 여기에 통상임금, 휴일근로, 최저임금 문제 등 노사 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고용 현안들이 도처에 지뢰밭처럼 깔려 있다. 이 모든 문제를 노사정 대타협으로 풀어가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구상이다. 노사정위가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박근혜정부의 성패(成敗)가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이 이런 중책을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김 위원장에게 맡긴 것은 의외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사람이 김 위원장을 천거했고, 노사정 의견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에서 어렵게 모셨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임명을 두고 박 대통령이 임기 초 보여준 ‘불통인사’의 꼬리표를 떼어내는 첫 인선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 盧정부 인물까지 파격 기용… 고용률70% 목표달성 나섰다 ▼

■ 靑 “노사정 의견 아우를수 있는 분” 노동계 “장관때 대화에 걸림돌” 우려… 새만금 민간위원장에 이연택씨 위촉


이연택 새만금위원장
이연택 새만금위원장
박 대통령이 노무현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를 발탁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 때 각각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해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핵심 참모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과 다르다.

김 위원장의 인선을 ‘대탕평 인사’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수석은 ‘김 위원장의 인선 배경을 설명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박근혜정부의 국정기조나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권에서 일했는지, 어느 지역이나 학교 출신인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김 위원장이 노사 문제에 있어 박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노동부 장관을 맡기 전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등 대기업집단(재벌) 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던 진보 성향의 학자였다. 참여연대의 운영위원과 정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장관직을 맡은 이후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노동정책을 펴 노동계와 강하게 대립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조 파업 당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파업을 강제로 중단시킨 게 대표적인 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당시 그의 퇴진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장관직에서 물러나자 정부가 노조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장관 재임 중 “노조가 명분 없이 들이받다가는 머리만 깨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퇴임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정부와 기업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노조는 변화에 가장 뒤처져 있다. 노조도 혁신에 나서야 한다. 노조가 전투적인 복장과 행동을 바꿔 성의 있게 교섭에 나서야 한다.”

그는 2008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연구용역을 받아 만든 ‘한국 노사관계 20년 평가’ 보고서에서 “지난 20년간 한국 노사관계는 비합리성이 팽배한 시기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1987년부터 1997년까지 10년간 임금 투쟁과 노동자 지위 향상이 노동운동의 주요 이슈였다면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노조원의 고용 안정에 급급해 사측의 경영활동을 간섭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인기영합적인 단기 정책에 급급해 노동정책의 일관성을 잃었고, 기업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타협한 결과 노사 자율교섭 체제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진영이 달랐지만 생각에는 별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당장 노동계에서는 그의 위원장 임명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에 걸림돌이었던 인사가 사회적 대화기구의 수장으로 돌아온 셈”이라며 “김 위원장이 장관 때와 달리 노동계와 소통해야만 노사정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김 위원장이 장관 때인 2005년 6월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가 그가 장관에서 물러난 뒤인 이듬해 2월 복귀했다. 현재 노사정위원회에는 근로자 대표로 한국노총만이 참여하고 있어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을 끌어안고 민주노총도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 때 동아일보 대선보도 검증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에 이연택 전 대한체육회장을 위촉했다. 새만금위원회는 새만금 사업과 관련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정부 측 공동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고 있다.

▽김대환 △대구(64) △서울대 경제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노동부 장관 △한국고용정보원 이사장

▽이연택 △전북 고창(77) △동국대 법학과 △총무처 장관 △노동부 장관 △대한체육회장 △2014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위원장

이재명·이성호 기자 egija@donga.com
#김대환#이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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