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中의 북핵 선점 차단”… 한미, PKF파견 요청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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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키리졸브훈련때 시나리오 점검… WMD 제거작전시 中과 충돌방지 일환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이 북한의 핵시설을 장악하고 핵물질을 반출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유엔평화유지군(PKF)의 개입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 3월 키리졸브(KR) 한미 연합 군사연습에서 한미 군 당국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계획에 포함시킬지를 심도 있게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경제와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는 등 핵무장력을 날로 강화하는 상황에서 유사시 북핵시설 및 핵물질의 확보 및 처리를 둘러싼 ‘한미 대 중국’의 대결 구도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6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 등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군이 북-중 접경지역으로 진주해 핵시설을 장악하고, 핵물질을 반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이 체제 불만 세력 등에 넘어가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대북 군사적 개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 경우 유사시 최단 시간 내 북한의 핵무기 등 WMD를 제거하는 작전계획을 수립한 미국과 중국 간에 북한 지역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고 한국 군 당국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소식통도 “미국이 북 급변사태 시 북한 지역 내 WMD 제거 계획과 관련해 가장 민감해하는 문제가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미 군 당국은 매년 연합 군사연습 때마다 북-중 접경지대의 북한 핵시설을 장악하고 핵물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중국군과의 무력충돌을 빚을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는 해법을 고심해 왔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중국이 북한 핵시설을 장악하거나 핵물질을 확보 또는 반출하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한미 양국은 유사시 중국군의 북핵시설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유엔에 평화유지군(PKF) 파견을 요청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이 PKF 파견 등 국제사회의 개입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대북 군사개입에 나서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군 수뇌부는 올 3월 키리졸브 한미 연합 군사연습 초기에 북핵시설을 제거하는 모의훈련을 실시할 때 이 같은 시나리오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올 초 본보 인터뷰에서 북한 핵시설 처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중재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우리는 그(급변사태)때 북핵시설을 어떻게 할 것이냐, 예를 들면 유엔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전하는 식의 방안들을 논의해야 한다. 중국도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북한 정권의 붕괴 상황 등을 감안해 북한 내 핵시설을 장악하는 임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주한미군에 설치해 운용 중이다.

▶본보 4월 3일자 A1면… 美, 주한미군에 북핵시설 장악팀 만들었다

▶본보 4월 3일자 A3면… 美, 북핵시설 상당수 파악… 리스트 만들어

군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만큼이나 비상사태 시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의 확보 및 처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앞으로 한미 연합 훈련에서 북한의 WMD 제거 작전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미국#중국#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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