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선거때면 포퓰리즘… 투자막는 ‘씨없는 수박’ 정책 곤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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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법 개정안 되레 부작용… 농민-중소업체 판로 막혀
재래시장 중요하다면서 환경개선 투자 왜 인색한가”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향후 발생할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며 유통업계 전체가 ‘적’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인터뷰는 23일 서울 시내 커피숍에서 이뤄졌다.

―유통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생각은….

“분명한 건 이 법에는 통합적 사고가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유통 경로를 새로 찾아내야 하는 농민과 중소제조업체, 영세 임대 소상인은 모두 어떻게 할 것인가.”

―영국 테스코의 한국에 대한 신뢰는.

“14개국 테스코 리더 3500여 명이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간다. 테스코는 한국 홈플러스의 중요도에 대해 여전히 ‘톱(Top) 클래스’로 손꼽고 있다. 미래 발전의 베이스나 원동력으로 한국 홈플러스를 꼽고 있다.”

―한국 상황에 대한 본사의 판단은….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설득하려 해도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명분을 많이 잃었다. 대형마트는 정부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나 역시 투자를 대폭 줄일 생각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수박 경제’라고 이야기했는데….

“수박 경제론 얘기를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웃음) 한국 경제가 ‘씨 없는 수박’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선거 때만 되면 경쟁력을 해치는 포퓰리즘 정책이 남발돼 투자와 발전의 씨를 말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지금 ‘씨 없는 수박’ 같은 정책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 정부 유통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4대강에 대한 투자는 그렇게 하면서 재래시장 상권 환경 개선에는 왜 그렇게 인색한가. 유통을 담당하는 곳도 지식경제부 유통물류과로 ‘과(課)’ 단위에 불과하다. 재래시장 소상공인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에 걸맞은 조직과 예산이 따라 줘야 진정성이 있다.”

―12년 사사(社史)를 발간하며 소회가 있다면….

“한국 유통산업 판도를 완전히 뒤바꾼 게 이마트나 롯데마트가 아니고 홈플러스라는 사실을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창고형 점포가 아니라 어린이 놀이시설과 평생교육센터가 있는 ‘커뮤니티형 마트’를 처음 도입한 게 홈플러스다. 농수산물 산지 직거래도 먼저 도입했다. 경쟁사는 매출 차가 두 배까지 벌어지니까 그제야 따라왔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GS마트 인수전에서 롯데에 진 게 두고두고 아쉽다. 홈플러스가 유통업계 사회공헌과 교육 부문에서 1위인데 GS마트만 인수했다면 비즈니스도 1위가 됐을 것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승한#홈플러스회장#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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