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의 완벽작전’ 北미사일 잔해 인양 뒷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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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수십배 수압에 베테랑 잠수요원도 탈진

“모든 장병의 일사불란한 팀워크와 헌신이 없었다면 북한 로켓의 잔해 인양 작전은 성공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해군 구조함인 청해진함(4200t) 함장인 제병렬 대령(48)은 6일 북한 장거리 로켓의 잔해 탐색 인양 작전을 ‘사막에서 바늘 찾기’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12일 쏴 올린 장거리 로켓을 최초로 탐지한 주인공은 해군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7600t)의 사격통제사인 최영 상사(34). 당시 함내 전투정보실에서 근무하던 최 상사는 “북 로켓이 발사 52초 만에 레이더에 포착된 뒤 1단 추진체가 8개로 쪼개져 추락하는 상황을 추적했다”고 말했다.

이후 해저에 가라앉은 잔해의 수색 작업은 음향탐지기(소나)를 탑재한 기뢰탐색함이, 인양 작업은 청해진함과 해난구조대(SSU) 소속 심해잠수요원이 각각 맡았다.

심해잠수요원인 강상우 상사(37)는 지난해 12월 14일 1단 추진체의 첫 잔해인 산화제통을 가장 먼저 발견했다. 청해진함에서 해저이송용 캡슐(PTC)을 타고 해저 88m까지 내려간 그는 “한두 발짝만 옮겨도 위치를 분간하기 힘든 수중에서 한참을 뒤진 끝에 ‘은하’라고 쓰인 산화제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흘 뒤 기뢰탐색함인 옹진함이 산화제통 발견 지점으로부터 450여 m 떨어진 해저에서 여러 점의 금속 물체를 발견하자 심해잠수요원들이 다시 투입됐다. 이들은 3명씩 2개조로 수심 80여 m까지 내려가 1단 추진체의 연료통과 그 하단 부위 등을 추가로 발견해 인양 케이블에 연결하는 작업을 했다. 지상 작업 때의 몇십 배에 달하는 압력을 견디며 심해에서 수색을 하다 보니 베테랑 요원조차 탈진 상태에 빠지곤 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엔진 등 북한 로켓의 실체를 규명할 핵심 증거를 건져 올리면서 17일간에 걸친 인양 작전은 완벽한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인양 작전이 끝난 뒤 해군은 산화제통을 제외한 대부분의 로켓 잔해가 반경 25m 내에 가라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해군 관계자는 “로켓 잔해들이 펄에 깊이 파묻혀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다면 영원히 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 관계자들을 평양으로 불러 영웅 대접을 했다. 지난해 12월 15일 김정일 1주기 추모대회 참석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 이들은 김정은 이설주 부부와 함께 가장 먼저 김일성 김정일 시신에 참배했다. 책임자인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은 김정은 옆자리를 배정받는 파격 대우를 받았다. 김정은은 두 번이나 목란관 연회를 베풀면서 이들을 “제일 전우, 제일 동지”라고 치켜세웠다. 최고인민회의는 위성 발사 공로자 101명에게 북 최고 표창인 ‘공화국 영웅’ 칭호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에는 김정일훈장을 수여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진해=국방부 공동취재단 ysh1005@donga.com

[채널A 영상] 세계가 놀란 해군의 로켓 인양 능력, 비밀 알고보니…


#북미사일#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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