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미사일 발사]南 장거리미사일 기술, 北에 10년이상 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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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한에 비해 과학기술과 경제력에서 월등하다. 그러나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인공위성을 우주로 올리는 ‘장거리 미사일’ 기술은 10년 이상 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북한이 꾸준히 군사용 미사일을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1978년 옛 소련에서 ‘스커드-B’ 미사일을 들여와 분해해 역으로 설계도를 그려내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로켓 기술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를 발전시켜 1981년에는 ‘화성 5호’, 1987년엔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개량형 ‘화성 6호’를 개발했다.

북한은 한발 더 나가 1993년 고유모델인 ‘노동 1호’ 미사일을 만들었다. 사거리가 1000km인 이 미사일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의 핵심 축이 됐다. 이번에 발사한 은하3호도 노동 미사일 여러 대를 하나로 연결해 추진력을 높인 것이다.

한국도 비슷한 시기에 로켓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1978년 미국의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을 모델로 사거리 180km의 미사일 ‘백곰’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듬해 사거리 180km를 넘는 미사일을 개발해선 안 된다는 ‘한미 미사일 지침’이 만들어져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걸림돌이 됐다. 올해 10월이 돼서야 사거리 800km 로켓 개발이 가능하도록 지침이 바뀌었다.

한국은 장거리 미사일을 만들 로켓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주개발용 과학 로켓 개발도 사실상 맨땅에서부터 시작했다. 1993년 1단형 과학로켓(KSR-Ⅰ)을 개발했으나 북한보다 20년 정도 늦었다. 이후 1997년 2단형 중형 과학로켓(KSR-Ⅱ), 2002년엔 비행거리 80km인 과학로켓(KSR-Ⅲ)을 개발했다. 현재는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2단 로켓만 자체 개발한 ‘나로호(KSLV-Ⅰ)’를 만들었다. 그러나 나로호는 1, 2차 발사에 연이어 실패하고 3차 발사를 준비 중이다. 또 나로호와는 별도로 한국형발사체 ‘KSLV-Ⅱ’ 개발을 2010년 착수해 기본엔진 시제품을 만들었다. 이 엔진 4개를 묶어 미사일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것이다.

로켓 관련 기술인력도 열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발사체 연구인력 규모는 200명이 채 안 되고 아직 세계적인 수준의 로켓을 만들 기술을 축적하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은 30여 년간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배출한 로켓 기술자들이 한국의 3, 4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기술 수준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정도에 이르렀다.

조광래 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외국 도움 없이 1.5t 무게의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로켓 기술 확보를 위해 2021년까지 1조55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며 “3000억 원가량을 추가해 연소실험 시설을 확충하면 개발 기간을 2년 정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수준의 미사일 기술에 빠르게 근접하려면 지금보다 수십 배의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한국#북한#로켓#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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