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1]安, 범야권 지분 따냈지만 새정치 빛바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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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지원 손익계산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적극 지지하기로 한 안철수 전 후보의 선택은 그의 정치 손익계산서에 득(得)과 실(失)을 동시에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득이 실보다 많다면 향후 정치행보에 날개를 달게 되겠지만 실이 더 많다면 대선용 불쏘시개 역할로 끝날 수도 있다.

○ 得, 범야권 지분 확보로 차차기 도모

전문가들은 안 전 후보가 진보성향 유권자를 적으로 돌리지 않게 됨에 따라 범야권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대주주로서 차차기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7일 “안 전 후보로선 소극적으로 문 후보를 도왔다가 패할 경우 정치적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미래를 내다보며 정치적 실리를 극대화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설령 문 후보가 지더라도 ‘문재인보다는 안철수가 나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대선 후 정계개편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면에서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정식 후보 못지않은 위상으로 대선을 끝까지 치르게 됐다는 점도 안 전 후보에게는 무형의 정치적 소득이다. “단일화 국면에서 10가지 정도 실수가 있었다”고 토로했을 만큼 정치경험 부족을 실감한 안 전 후보에게 대선 경험은 무엇보다 생생한 정치공부가 될 수 있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안 전 후보는 ‘주연급 조연’이다. 대선을 직접 치러보는 것과 방관하며 지켜보는 것은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절묘한 ‘타이밍 정치’를 구사하며 다시 한 번 정치적 영향력을 대중에게 과시한 점도 ‘정치인 안철수’의 체급을 한층 올리게 했다는 평가가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특유의 ‘신비주의 정치’로 정치력을 극대화한 것과 비교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 궁색해져버린 새 정치

불과 며칠 전까지 여야를 싸잡아 구태정치라고 비난했던 안 전 후보는 새 정치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쫓기듯 ‘진영 정치’로 복귀했다. 이로 인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새 정치가 궁색해졌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후보 사퇴 이후 “문 후보와 이념적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고 토로했음에도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한 것은 자기모순이란 비판도 팽배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중도·무당파를 중심으로 보수세력까지 아우르려고 했던 안 전 후보의 중장기 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향후 보수성향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가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협상 중단→전격 사퇴→침묵→해단식 후 잠행→전격 지원 발표’ 등 오락가락 행보로 인해 그동안의 참신한 이미지가 퇴색됐다는 점도 손실이다. 인터넷 포털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선 그의 이런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문재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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