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3]“민망한 토론 그만… 朴-文 따로 하든지 진행방식 바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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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끼어들어와 주인 행세한 맥 빠진 토론.’

4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첫 대선후보 TV토론에 대해 유권자들은 물론 여야 유력후보 측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의 양자 구도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의 긴장감 넘치는 정책 대결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 정도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현란한 네거티브 공세만 두드러졌다.

박 후보 측 박선규 대변인은 5일 “자기 신분과 역할을 잊은 분별력 없는 후보에 의해 난장판이 된 민망한 토론회였다”며 “앞으로 두 번의 TV토론이 남았는데 이렇게 진행되면 안 된다. 중앙선관위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 측은 “이 후보 때문에 손해를 본 것은 없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면 2차 TV 토론회의 시청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10일, 16일의 경제, 사회분야 토론회도 4일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란 우려다.

현행 토론 방식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미국 대선에서 보듯이 유력 후보끼리 ‘맞대결’을 할 수 없는 점이다. 토론 참여 자격을 폭넓게 주다보니 다자토론을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둘째는 재질문이 없는 토론방식이다. 질문과 답변, 거기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으로 이어지면서 하나의 현안에 대한 두 후보의 생각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방식이 아니라 한 주제에 대해 한정된 시간 내에서 간단히 답변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인영 공동상임선대본부장은 “재질문 없는 방식은 토론을 요식 절차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상대 후보의 답변에 허점이 있어도 더이상 추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문제점들을 당장 이번 대선부터 보완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초청 후보의 범위만 해도 공직선거법 82조를 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리적으로 법 개정은 어렵다. 소수정당의 반대도 예상된다.

남은 두 번의 토론방식도 선관위가 아닌 선거방송토론위가 확정한 것이다. 선거방송토론위는 여야와 방송사,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 추천한 다양한 인사 11명으로 구성돼 있어 며칠 만에 토론 방식 변경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대안으로는 박, 문 후보 측의 합의로 별도의 양자 토론회를 여는 것이다. 공신력 있는 단체가 주최하고 방송사들이 생중계한다면 공식 TV토론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 이 본부장은 “박 후보조차도 양자토론의 필요성, 재질문과 반박이 반영되는 토론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라며 이를 제안했다. 그러나 박 후보 측 조해진 대변인은 “양자토론을 거부할 이유는 없으나 아직 두 번의 TV토론이 남아 있고 유세 일정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후보단일화를 하느라 시간 다 보내더니 바쁜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추가로 하자는 건 무리한 주장”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장 토론방식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운영의 묘를 살리자는 의견도 나온다. 선거연수원 고선규 교수는 “현재는 질문 몇 분, 답변 몇 분, 이런 식으로 기계적인 시간제한과 배분을 하는데 후보자별로 정해진 시간의 총량만 정해 그 안에서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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