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검찰총장 오늘 사표]대검 간부들 “용퇴” 건의에 韓총장 “혼자는 못 나간다” 고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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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명사태 檢 무슨 일이

최재경 중수부장
최재경 중수부장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 대한 감찰 착수로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이 발생한 뒤 한상대 검찰총장이 조건부 사퇴 의사를 밝히는 데까지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밤사이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전국 곳곳 검찰청에서 일선 검사들이 모여 총장 퇴진 건의를 결의하는 등 격심한 항명사태가 벌어진 이튿날인 29일 오전 한 총장은 평소보다 이른 오전 8시경 취재진을 피해 출근했다. 최 중수부장은 오전 8시 50분 대검 정문으로 출근해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오전 9시 채동욱 대검 차장검사와 검사장급 대검 부장들이 한 총장 집무실을 찾아가 ‘명예로운 용퇴’를 건의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 그러나 한 총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한 총장은 중수부 폐지가 핵심인 검찰 개혁안을 발표한 뒤 거취를 정하겠다고 했다. 한발 나아가 한 총장은 대검 간부들에게 “못 나간다. 나갈 거면 함께 책임지고 사표를 내자”고 했다. 극한 대치 상황이었다. 고성도 오갔다.

검사장급 간부들이 설득에 실패하고 나오자 밖에서 대기 중이던 대검 기획관과 단장급 간부들이 총장 집무실로 들어갔다. 압박 수위는 더 거세졌다. 오전 9시 반경 서울중앙지검 부장들은 “한 총장이 낮 12시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오후에 한 총장을 찾아가 집단적으로 용퇴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부장검사들의 집단행동 예고여서 파장은 컸다.

그러자 한 총장은 ‘반격 카드’를 꺼냈다. 이준호 대검 감찰본부장에게 “오전 10시 반 브리핑을 갖고 최 중수부장이 김광준 검사에게 언론 대응 방안을 조언한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집단 항명의 정점에 있는 최 중수부장을 겨냥한 포격이었다. 그러나 이 감찰본부장은 지시에 불응했다고 한다. 한 총장은 감찰본부장에게 호통을 쳤지만 말이 안 통하자 직접 비서실을 통해 브리핑을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 내 우군이 없었던 한 총장의 마지막 카드였다.

법무부도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법무부는 감찰본부에 “규정 위반이니 감찰 내용을 공개하지 말라”는 비공식 의견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평검사들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은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준비했다. 대구지검과 수원지검 검사들은 전날 연판장을 돌렸다. 검찰 조직 전체가 한 총장 한 명을 겨눈 것이다. 조직 전체에서 “총장 사퇴 말고는 수습책이 없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한 총장은 대검 기획관과 단장급 간부들까지 설득에 가세하자 결국 오후 2시경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개혁안을 발표하고 사퇴해 신임을 묻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 총장의 사퇴 발표 이후 일선 검사들은 ‘한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만큼 일단 지켜본 뒤 대응방안을 논의해 보자’는 분위기여서 이날 밤까지 전국 검찰청은 긴장 속의 정중동 상태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6시부터 8시 20분까지는 인천 수원 춘천 대전 청주 창원 등 6개 지검 지검장들이 참석하는 검사장 회의가 예정대로 열렸다. 최 중수부장은 참석 대상이었지만 불참했다.

앞서 28일 밤은 검찰조직에 격심한 소용돌이가 몰아친 시간들이었다. 오후 6시 45분 대검 감찰본부가 최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고 발표하자 검찰 조직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최 중수부장은 즉각 반발했고 이후 특수통 검사들을 중심으로 한 총장 성토가 저녁 내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 일선 검찰청 부장검사들은 귀가를 미루고 새벽까지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검사들은 ‘총장의 용퇴를 건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고, 결국 이 같은 뜻은 다음 날 우여곡절 끝에 관철됐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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