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식 어긋난 복지공약 재원 대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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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文-安 불황 무시 “증세”… 기업-부자 해외탈출땐 역효과
경기침체되자 뒤늦게 “성장”… 기존 복지공약과 앞뒤 안맞아

주요 대선후보들이 내놓는 복지 재원 마련 대책이 한국 경제가 처한 대내외 경제현실과 기본적인 경제원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경제상황 악화로 당장 내년부터 법인세, 소득세 등 세수(稅收)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여야는 경기활성화에 큰 도움이 안 되는 복지확대 방안을 내년 정부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에 ‘성장률 쇼크’가 찾아오자 정치권이 뒤늦게 내놓은 성장론도 구체성이 없는 구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기획재정부와 건전재정포럼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 9월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세 수입이 올해 205조8000억 원에서 내년에 216조4000억 원으로 늘고, 2016년에는 280조4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3∼2016년 연간 경제성장률을 4.0∼4.5%로 비교적 높게 추산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경기 추세에 따라 연 3%의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실제 걷히는 국세는 내년에 214조9000억 원으로 정부 계획보다 1조5000억 원 줄고, 2016년에는 15조 원가량의 세수 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보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세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을 통한 고소득자에 대한 세수 확대,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 등 각 후보가 내놓은 복지재원 마련 대책들은 ‘불황기 증세(增稅)는 경기를 악화시킨다’는 경제상식에 배치될 뿐 아니라 실제 세수를 늘리기도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득세나 법인세를 과도하게 올리면 부자나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거나 탈세의 유혹을 느껴 세수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며 “후보들이 모두 얘기하는 ‘세원 양성화’도 이미 많은 부분이 진척돼 추가적으로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막 내놓기 시작한 성장론들도 기존 복지공약과 충돌해 앞뒤가 맞지 않고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새누리당이 최근 잠재성장률을 1%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성이 있는 공약으로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모두 경제민주화, 복지만 얘기하다가 막바지에 와서 ‘성장’을 끼워 맞추려 하니 정책공약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며 “각 후보의 성장공약은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박근혜#문재인#안철수#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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