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NLL 포기발언 의혹’ 그때 무슨 일이… 2007년 당시 언론보도 살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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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金회담 추진했던 통일부 NLL ‘정상간 결단 사항’ 분류
“NLL 안 건드렸다”고 한 盧 “변경 합의해도 헌법위배 안돼”

2007년 10월 12일 당시 김장수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선언 이행 종합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두 사람은 그해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했다. 동아일보DB
2007년 10월 12일 당시 김장수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선언 이행 종합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두 사람은 그해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했다. 동아일보DB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앞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는지를 놓고 정치권 공방이 한창이다. NLL이 영토선이냐 아니냐는 논란은 당시 정상회담 이후에도 치열했다. 5년 전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1월 1일 제51차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북한에) 가서 헌법 건드리지 말고 오라’고 해서 NLL은 안 건드리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맘대로 자 대고 죽 긋고 내려오면, 제가 내려오기 전에 우리나라가 발칵 뒤집어질 것 아닙니까”라며 “(남측으로) 내려오지도 못한다”고 했다. 민주통합당은 23일 이 같은 발언을 제시하며 “영토주권을 포기한 것처럼 곡해해 신북풍 전략으로 이용하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반성해야 한다”고 역공세를 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NLL에 관해 변경 합의를 해도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며 “대한민국 헌법에는 북한 땅도 우리 영토라고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 ‘NLL 조정은 대통령 결단 의제’

통일부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NLL 의제에 대해 ‘정상 간 결단 사항’으로 분류해 대통령에게 보고했었다. 이 같은 사실은 동아일보가 통일부가 정상회담을 앞둔 2007년 8월 12일 작성한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기본방향(안)’이라는 문서를 단독 입수해 2008년 10월 23일 보도하면서 드러났다.

통일부는 당시 북한이 계속 요구해온 NLL 조정 및 한국인 방북이 제한됐던 혁명열사릉 등 참관지 개방 문제를 ‘정상 간 결단 사항’으로 분류했다. 대통령이 직접 결심할 중요 사항이었다는 뜻이다.

이 문서에 담긴 항목은 13개였는데 이 중 남북 정상이 당시 합의한 것들은 △평화체제 구축 노력 △국방장관회담 개최 △서해 공동어로구역 설정 △개성공단 2단계 추진 △이산가족 상시면회 제도화 등 대체로 북한이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정치적 부담이 적은 사안들이었다.

반면 북한이 껄끄럽게 여길 만한 것들은 합의문에 들어가지 않았다. 명확한 비핵화 원칙을 선언문에 넣는 데 실패했고, 비무장지대(DMZ)에서 중화기 제거, 평화공원 조성,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남북경협의 포괄적 군사보장’,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연결 등은 당시 한국 정부가 합의를 희망했으나 북한의 거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시 정상회담 합의문을 북한이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통일부는 아울러 국가보안법 폐지와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북한이 요구해 온 이른바 ‘근본 문제’에 대해 “융통성 있게 대처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 김장수 정상회담 직후 “NLL 지킨건 성과” ▼

○ 김장수 “NLL 다치는 줄 알았다”

5년 전 국방부 장관으로 정상회담을 수행했고 현재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김장수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정상회담 직후 한 발언도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김 전 의원은 정상회담에 배석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정황을 알 만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보도를 살펴보면 김 전 의원은 NLL에 대한 강한 사수 의지를 밝혀 노 전 대통령과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김 전 의원은 장관 시절인 2007년 8월 21일 국회에서 “NLL은 실체가 있는 영토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또 10·4선언 직후인 5일 김 전 의원은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일부 기자들에게 “NLL을 끝까지 지킨 것이 이번 회담의 군사 분야 성과”라고 했다. 그는 같은 날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정상회담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노 대통령이 회담을 마치고 ‘한국 국민의 입장에서 본 NLL의 성격, 인식을 자세히 설명해 김 위원장도 더이상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NLL이 그렇게 이슈화되지는 않았고, 노 대통령이 충분히 우리 국민의 뜻을 이해를 시켰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발언을 근거로 “김 전 장관이 스스로 당시 정상회담에서 NLL에 관련한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음에도 지금 본인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역사적 사실조차 부정하는 행위는 역사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점검 회의에서 “정치적으로 변절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그때(장관 재임 때)는 아부하고 세월이 흐르니 (입장을 바꾸다니) 나쁜 군인”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NLL을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당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0월 5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우리나라 공식 문서에도 NLL이 영토적 성격이라고 써 놓은 것이 없다. NLL이 영토 개념이라는 것이 어디에도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NLL을 놓고 정부 내에 시각차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전 의원은 통화에서 “정상회담 합의문에 NLL과 관련된 내용이 안 들어간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의미에서 한 발언”이라며 “(정상회담) 당시 조정 문제가 나오면서 NLL이 다치는 줄 알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의 좌우맥락을 살펴보면 (NLL 부정 발언) 개연성은 있다”면서 “실제 발언 여부를 알기 위해서 대화록을 공개하거나 열람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널A 영상] “NLL은 영토선 아니다” 盧 생전 발언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NLL#포기발언#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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