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 귀순 北병사 “상관과 싸움… 처벌 두려워 탈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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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위 1군-22사단 국감
“CCTV 지운 흔적 없었다… 날짜 잘못 입력해 녹화안돼”
“부하들에게 미안할 따름”… 1군사령관 한동안 울먹여

“철책 넘는데 1분도 안 걸려” 북한군 병사가 귀순한 강원 고성의 육군 22사단 예하 최전방 일반소초(GOP) 철책 앞에서 조성직 22사단장(왼쪽)이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조 사단장은 “병사에게 재연시켜 보니 철책을 넘기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북한군 병사가 철책을 뚫고 GOP 생활관 문을 두드려 귀순 사실을 알리기까지 군 경계태세의 문제점을 집중 추궁했다. 고성=사진공동취재단
“철책 넘는데 1분도 안 걸려” 북한군 병사가 귀순한 강원 고성의 육군 22사단 예하 최전방 일반소초(GOP) 철책 앞에서 조성직 22사단장(왼쪽)이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조 사단장은 “병사에게 재연시켜 보니 철책을 넘기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북한군 병사가 철책을 뚫고 GOP 생활관 문을 두드려 귀순 사실을 알리기까지 군 경계태세의 문제점을 집중 추궁했다. 고성=사진공동취재단
2일 강원 고성군 최전방 소초로 ‘노크 귀순’했던 북한군 병사는 상관과 싸운 뒤 처벌이 두려워 탈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직 육군 22사단장(소장)은 12일 소초 현장을 찾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북한군은 9월 28일 저녁 음식물을 훔치다 상관에게 적발돼 싸우고 다음 날 새벽 경계근무를 서던 중 탈영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이 병사가 이용한 방식을 숙달하면 철책을 넘기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 사단장은 “북한군 병사(신장 160cm, 몸무게 약 50kg)보다 10cm 크고 몸무게가 10kg이 더 나가는 우리 병사에게 철책을 넘도록 실험했다”면서 “처음에는 4분이 걸렸는데 두 번, 세 번 하니까 1분 이하로 걸렸다”고 말했다.

북한군 병사는 철책을 넘은 직후 바로 옆 초소로 갔지만 남측 병력을 만나지 못한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해당 초소는 경계 병력이 이동 순찰할 때 특이사항을 점검하는 기점으로 평소에는 비어 있다. 이후 이 병사는 250m 떨어진 동해선 경비대 생활관 문을 두드렸고 반응이 없자 다시 30m 이동해 소초 생활관 문을 두드리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

폐쇄회로(CC)TV 영상과 관련해 22사단 헌병대 관계자는 “소초에 설치된 CCTV 하드디스크를 전문과학수사팀이 수사한 결과 2일 오후 7시 26분부터 3일 오전 1시 8분까지 녹화가 되지 않았다”면서 “지운 흔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상황병이 CCTV 날짜를 ‘10월 2일’이 아닌 ‘9월 2일’로 잘못 입력하면서 정상적인 녹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CCTV는 군용이 아닌 5만1000원짜리 가정용 CCTV를 해당 부대가 시중에서 구입해 설치한 것이다.

12일 강원 원주의 육군 제1군사령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성규 1군사령관이 북한군 귀순과 관련된 업무보고 과정에서 “부하들에게 미안하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원주=사진공동취재단
12일 강원 원주의 육군 제1군사령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성규 1군사령관이 북한군 귀순과 관련된 업무보고 과정에서 “부하들에게 미안하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원주=사진공동취재단
이에 앞서 강원 원주시 1군사령부에서 열린 국감에서 박성규 1군사령관(육군 대장)은 “이번 일이 마치 이 시간에도 책임 완수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병사들의 군 기강 문란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부하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며 울먹여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1군사령부는 사고가 발생한 22사단의 상급 부대다.

이날 정승조 합참의장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중징계하겠다”고 보고했다. 중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등 3가지가 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는 “허위 보고로 범죄가 인지된 만큼 군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하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임천영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허위보고죄, 초령위반죄, 명령위반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백인주 국방부 검찰단장은 “합참 전비태세검열단과 협의해서 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성=공동취재단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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