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교수 조국의 잇단 ‘훈수정치’ 어떻게 볼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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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성인의 현실정치 참여인가… 폴리페서의 정치 영향력 추구인가

야권의 집권 플랜을 제시해 온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가 11일엔 야권 단일화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그의 ‘훈수 정치’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조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장차 단일화에 대비해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에 단일화 방안을 제시했다. 양측이 공동으로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해→혁신 방안을 논의하고→이후 ‘공동 정강정책 확립-세력관계 조율’로 나아가야 한다는 안이다.

그는 “안 후보가 단일화 전제조건으로 민주당의 혁신을 내걸며 민주당에 숙제를 내준 셈인데 ‘혁신이 됐다, 안 됐다’ 논쟁만 하면 감정싸움만 벌어진다”며 “양측이 공동으로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위원은 반반씩 추천하고 위원장은 합의 추천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단일화 시기에 대해서는 “11월 초쯤 상황을 보고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양측이 ‘무소속 대통령이 된다, 안 된다’의 논쟁보다 어떻게 안 후보를 포함한 새로운 정당을 만들 것인가로 논의를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그의 훈수 정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17일엔 트위터를 통해 “전국 순회로 문재인-안철수 간 토크 콘서트 ‘국민에게 문(文)-안(安) 드립니다’를 열자”고 제안했다. 4·11총선 때엔 민주당의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부산시당 멘토단(‘달려라 부산’)을 맡아 평일에도 부산을 방문했다. “부산에서 민주당이 최소 4석, 최대 6석 가능할 것으로 본다”(4월 30일) 등 언론 인터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치인 못지않은 정치 활동을 해왔다. ‘나는 꼼수다’ 멤버인 김용민 씨나 노회찬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2010년엔 ‘진보집권플랜’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정당법은 초중고교 교원과 달리 대학 교수는 정당 참여가 가능하다고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서울대는 지난해 12월 28일 ‘국립대’에서 ‘국립대학법인’으로 바뀌어 조 교수의 신분은 ‘공무원’에서 ‘국립대학법인 교원’으로 변했고, 학칙에도 정치 참여를 규제하는 내용이 없다.

그러나 대학 교수가 연구와 강의라는 본업보다는 정치 참여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계원로인 조순형 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조 교수가 학기 중에 선거 지원을 위해 직책을 맡아 뛰고 부산까지 내려간 데 대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 교수의 전공은 형법인데, 조 교수의 활동 내용을 보면 ‘대체 연구는 언제 하나’란 생각이 든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는 서울대 총장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일관된 정치 철학을 갖고 이를 적용하려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폴리페서라 할 수 없다. 공자(孔子)를 폴리페서로 보지 않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라며 “그러나 정치상황마다 뭔가를 끄집어내 ‘내가 주도한다’는 영향력을 과시하려 하면 폴리페서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느닷없이 3단계 해법이니 4단계 해법이니 들고 나온 것 자체가 집단 지성의 발현이라기보다는 현실정치에 대한 자기 영향력을 추구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조국#훈수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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