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한 중국인 3명 민·형사상 책임 물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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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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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씨 본보-채널A 인터뷰
“인상착의 분명하게 기억… 변호사 조언받아 방법 모색”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사진)가 중국 구금 때 당한 고문의 참상을 직접 공개하면서 이 문제가 한중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김 씨가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에 구타 및 전기고문 사실을 상세하게 진술한 뒤 “(나를) 고문한 사람들의 얼굴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뜻을 밝히자 정부도 뒤늦게 중국 측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김 씨에 대한 고문 및 가혹행위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김 씨는 31일에도 동아일보,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고문한 조사관 3명의 인상착의가 머릿속에 분명하게 각인돼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포함해 기회가 있을 때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밝히겠다”고 했다. 이어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지 변호사에게 자문할 예정”이라며 “중국 법원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환석방대책위원회의 최홍재 대변인도 “중국이 우리의 진상규명 요청에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중국 조사관과 김 씨의 대질, 조서 공개 등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문을 가한 조사관이 누구인지 찾아내 진상을 확인해 달라는 구체적인 요구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얘기다.

외교통상부 조태영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지금까지 중국 측에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사과 및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등을 엄중히 요구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대응 방안에 대해 말을 아끼던 기존의 태도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조 대변인은 “김 씨가 유엔 및 다자 차원의 인권문제 메커니즘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며 국제기구를 통해 문제를 삼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외교부는 아울러 “현재 중국 내에 수감 중인 625명의 한국인 모두에 대해서도 추가 영사면담을 통해 가혹행위 여부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부의 정면 대응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고문은 없었다”며 부인하고 있어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실은 이날 김 씨 사건에 대한 한국 언론의 질의에 “중국의 주관 부문(국가안전부를 지칭)이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며 “한국인 사건 연루자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했고 관련 내용을 한국 정부에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다.

▼ 외교부 “中수감 한국인 625명 전원 가혹행위 여부 조사” ▼

한편으로 정부는 김 씨가 “정부가 ‘중국의 고문 사실을 밝히는 것에 대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고 했다”고 밝힌 데 대해 그런 요구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고문의 공개 여부는 기본적으로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는 게 우리 생각”이라며 “우리는 입을 다물어 달라는 취지의 말은 절대로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혹시 있었다면 중국 내 다른 인권운동가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는 조언 아니었겠느냐”고 덧붙였다. 국정원 관계자는 “김 씨가 귀국한 직후 이뤄진 정부의 조사는 외교부가 주도했고 우리는 옆에서 듣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외교부와 국정원 양쪽이 모두 (나와 동료에게)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주장이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것을 의식한 듯 “이를 압력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정부가 중국 측에서 고문 사실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면 그것을 밝혀줬으면 좋겠다. 왜 첫 영사접견이 그렇게 늦어진 것인지, 정부가 이를 중국에 얼마나 명확히 요구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먼저 설명해줘야 우리가 중국에 해명을 요구할 수 있다”며 정부 측의 답변을 촉구했다.

김 씨는 중국이 한국 측에 ‘기획탈북’ 지원 중단 등을 석방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소문에 대해 “중국이 협상 과정에서 정부에 무슨 조건을 내걸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석방을 위해 그런 식의 조건은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며 “차라리 (중국이 기소를 하면) 재판을 통해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리자는 것이 나의 일관된 주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정안 채널A 기자 jkim@donga.com  
#북한인권운동가#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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