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 법안 발의… 정부 “WTO 협정 위배돼 제소당할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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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검역단 파견 내용도 포함… 정부 “상대정부 동의 없인 불가”

민주통합당이 미국 등 쇠고기 수출국에서 소 해면상뇌증(BSE·일명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는 즉시 한국 정부가 해당국 쇠고기 수입을 의무적으로 중단하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 경제부처들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통상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농식품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록 의원이 민주당 의원 전원(126명)의 찬성을 받아 5월 30일 발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일부 개정안’이 27일 농식품위 전체 회의에서 논의된다.

개정안은 쇠고기 수출국 내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면 해당국 쇠고기와 관련 제품의 수입을 즉시 중단하도록 명문화했다. 올해 4월 미국에서 광우병으로 죽은 소가 발견됐을 때 한국 정부가 수입을 중단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개정안은 또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에 축산전문가와 소비자단체들로 구성된 공동검역단을 파견해 현지조사를 한 뒤 결과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 의원 측은 “2008년 6월 정부가 추가 광우병 발생 시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겠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아 이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위는 새누리당 9명, 민주통합당 8명, 통합진보당 1명, 선진통일당 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이미 찬성 의사를 밝힌 만큼 본회의에 상정돼 여당 의원 일부가 찬성할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농식품부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정국에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인체에 유해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돼 통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검역정책과 당국자는 “민주당 개정안에 따라 수입을 중단했다가 광우병 발생국가가 문제 삼아 WTO에 제소할 경우 한국이 패소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이 2003년 5월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자 캐나다는 한국을 WTO에 제소했다. 정부는 패소가 확실해 보이자 캐나다와 물밑 협상을 벌여 지난해 6월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합의했고 캐나다는 WTO 제소를 취하했다.

공동검역단 파견도 현실적으로는 상대 정부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없어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게 농식품부의 주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광우병 발생 국가의 현지조사 결과를 공개하도록 의무화돼 있어 별도의 규정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민주당#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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