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군사협정, 26일 국무회의서 슬그머니 비공개 처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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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엔 숨긴 정부, 일본엔 당일 통보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말 일본과 첫 군사협정인 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협정안을 26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슬그머니 처리한 것으로 드러나 정치권과 여론의 반발이 예상된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7일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해 체결에 필요한 국내 절차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이르면 29일 한일 외교당국 간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9일에는 일본 각의가 예정돼 있어 일본의 국내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양국의 서명식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면 일본의 정보역량을 활용하고 동북아지역의 안보를 위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된다”며 “한국이 북한의 위협은 물론이고 테러나 자연재해 같은 초국가적 안보문제에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협정은 당초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5월 말 일본을 방문해 서명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해 유보됐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서명 주체가 외교부로 바뀌어 다시 체결이 추진되는 것이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 상정된 안건 43건을 취재진에 상세히 브리핑하면서도 이 협정안은 비공개에 부쳤다. 더욱이 정부는 국무회의 처리 사실을 일본에는 당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보다 일본에 먼저 알려준 셈이다. 이런 처리 과정이 사실상 ‘은폐’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상대국인 일본의 국내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비공개인 ‘대외 주의’ 안건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본도 아직 필요한 국내 절차를 밟지 않은 사안을 굳이 한국이 먼저 처리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미국이 군사 정보보호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촉구한 뒤 정부가 서둘러 이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채널A 영상] 한일군사협정 비밀리 통과…美 압박 때문?

일본의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양국이) 비밀정보 보호협정이 있으면 안심하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만큼 큰 전진이다”라며 반겼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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