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하는 19대 국회로]野 의원연금 폐지 발의… 與 “영리목적 겸직 금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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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세비반납 이어… 여야 ‘특권 내려놓기’ 경쟁

민주통합당 의원 19명이 20일 만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에게 월 120만 원씩 지급되는 현행 의원연금을 폐지하는 내용의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초선이 주축인 이들은 성명에서 “6·25전쟁 참전 유공자에게도 월 12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 초선의원 56명의 모임인 ‘민초넷’ 소속 간사 6명은 이날 오찬 모임을 갖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게만 적용되는 주민소환제를 국회의원에게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주민소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지역구 유권자의 집단 발의로 주민투표(지역구 의원)를 실시하거나 국회 본회의에서 실명 투표(비례대표 의원)로 의원을 제명하는 방안 등이다.

6월 세비 반납 등 새누리당의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드라이브’가 민주당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6월 세비 반납은 국회 개원지연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려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전략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내심 세비 반납이 여론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도 없어 고민하는 눈치다. 초선 의원들을 주축으로 의원연금 폐지를 들고나온 이유다.

○ 6월 세비 반납에 떨떠름한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이날 “‘세비반납 쇼’가 회기가 없는 달에도 계속될지 지켜볼 것”이라며 “(각종 정권비리 의혹 관련) 국정조사와 청문회의 관철을 위해 개원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세비 반납이 실패에 그친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으로 알려진 42억5000만 원 중 상당 부분을 의원들의 세비로 충당해 갚으려고 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3년간 모을 수 있는 금액으로 36억 원을 추산했고 이 모금액을 국가기관이나 자선단체 등에 ‘반납’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사전선거운동 논란 등으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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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의 세비 반납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최원식 의원은 통화에서 “무노동 무임금이 원칙에 맞으려면 국회의원이 개원 기간에만 세비를 받아야 한다. 이건 공세인데, 국민의 시선에서는 먹힌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개혁경쟁에서 새누리당에 더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야권 후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실제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특권 내려놓기’ 관련 법 개정안 논의는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아예 새누리당과 전혀 다른 색깔로 개혁성을 더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황주홍 의원은 “무노동 무임금은 포퓰리즘이지만 여론은 ‘조건부 긍정’이다. (주민의 뜻은) 돈을 받지 말라는 것이다. 동기가 어찌됐든 결과에 있어서 주민의 뜻에 부응하려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며 “새누리당과 무관하게 우리대로 비전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새누리 특권포기 2탄, 겸직금지 검토

새누리당은 6월 세비 반납에 이어 국회의원의 영리를 위한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보수를 받지 않는 사익 추구 행위까지도 사실상 원천봉쇄하는 방안”이라며 “사익을 위한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1981년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 헌법재판소 재판관, 정부투자기관 임직원, 농수협 임직원, 교원 등 이외의 직업에는 겸직이 허용됐다. 사회 각 분야의 전문인으로서 그 지식을 살려 국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변호사 겸업 등이 국회의원직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해 사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회사무처의 ‘19대 국회의원 겸직신고 현황’에 따르면 26명의 국회의원이 변호사, 교수, 기업체 대표 등으로 겸직 신고를 했다. 13명은 변호사다. 19대 의원 중 변호사 출신은 40여 명이다. 국회의원이 변호사, 교수 등을 겸직하는 것은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영리 목적의 겸직을 막기 위해 2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는 현행 국회법상 겸직 금지 대상을 열거하는 ‘네거티브 방식’에서 공익만을 목적으로 한 일부의 겸직 허용 대상을 지정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는 허용되는 변호사, 교수, 대표이사, 사외이사 등의 겸직을 할 수 없게 된다.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변호사 휴업계를 제출해야 하고,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해야 하는 셈이다. 다른 방안은 현행 국회법상 허용된 겸직을 유지하되 영리 행위를 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 최대 의원직 사퇴까지 징계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여상규 의원은 “변호사에 대해선 겸직 허용이 세계적 추세지만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만큼 원칙적 겸직 금지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는 국회의원 겸직 금지 추진에 대체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투잡(two job)’ 의원인 ㈜스톨베르그&삼일 이사인 강석호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 겸직을 금지하면 벤처기업인 등 전문인의 국회 충원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당이 결정하면 언제든 이사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대 석좌교수인 김성찬 의원은 “한 달에 1, 2차례 강의라 의정활동 병행에 무리가 없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 휴직하겠다”고 밝혔다.

의원 겸직 금지를 위해선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우선 새누리당의 쇄신 움직임에 비판적인 민주통합당의 협조가 관건이다. 겸직 금지 시 가장 타격을 받는 직업군이 변호사인 만큼 여야 법조인 출신의 물밑 저항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특히 19대 국회 들어 민주당에 법조인 출신 의원이 상당히 늘었다. 32명의 법조인 출신 의원 가운데 새누리당이 11명, 민주당 20명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직 민주당에 겸직 금지 법제화를 제안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F는 25일 입법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27일경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아울러 조만간 대국민 선언의 형태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해 국회 쇄신 분위기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19대 국회#의원연금 폐지#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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