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깨지나]통진당 ‘비례후보 사퇴 권고안’ 놓고 당권파 기막힌 더티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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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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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훼방’… 33시간 운영위中 17시간 표결 지연
김재연 ‘불복’… “사퇴 못해” 의결된 권고안 정면반박
비당권파 주도로 온라인회의 끝에 쇄신책 통과… 내홍 격화

비례 사퇴 거부한 김재연 당선자 통합진보당 김재연 비례대표 의원 당선자가 6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 전국운영위원회의 사퇴 권고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비례 사퇴 거부한 김재연 당선자 통합진보당 김재연 비례대표 의원 당선자가 6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 전국운영위원회의 사퇴 권고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는 4일 오후 2시부터 5일 오후 11시 40분까지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이 33시간 40분은 진보의 가면 뒤에 숨었던 통진당 당권파의 비민주적, 비상식적인 민낯을 들여다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운영위는 결국 온라인 회의를 열어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관계있는 1∼3번 당선자를 포함해 비례대표 후보 14명의 총사퇴 권고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참여당(친노무현 그룹)과 진보신당 탈당파(PD·민중민주계열)가 주축인 비당권파가 기습 발의한 ‘비례대표 선거 진상조사위원회 결과 보고에 대한 후속조치의 건’은 △12일 중앙위원회 보고 후 공동대표단 사퇴 △경선을 통해 순번을 받은 비례대표 후보 14명 사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의 쇄신책을 담고 있다. 통진당은 이 권고안을 5일 밤 전국운영위 전자회의에서 재적 50명 중 참석자 28명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민주노동당(NL·민족해방계열) 출신 당권파가 “권고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해 계파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 표결 지연시킨 당권파 이정희

권고안이 통과되기까지 당 홈페이지에 생중계된 회의 영상을 통해 당권파의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권파 ‘얼굴’ 이정희 공동대표는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이었음에도 자파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며, 의장직을 내놓은 5일 오전 6시 50분까지 약 17시간 동안 표결을 지연시켰다. 노골적으로 안건 표결을 막으며 동문서답식 회의 진행을 하던 이 대표에게 위원들이 공정한 진행을 요구하자 “표결로 갔을 때 당이 어려워질 것 같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표결하면 질 것 같으니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당권파 운영위원이 쇄신책 안건을 반려하자고 하자 재빨리 표결에 부쳤지만, 비당권파 위원이 쇄신책 통과를 위한 표결을 제기하면 다른 질의를 받는 등 딴소리를 했다. 5일 0시 50분경 이뤄진 ‘쇄신안 반려’ 표결은 운영위원 46명 중 8명만 찬성해 부결됐다.

유시민 공동대표가 “이런 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면 당이 깊은 수렁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심상정 공동대표도 “대표단이 당원과 국민 앞에 부끄러운 모습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례대표 1번 당선자 직을 사퇴한 윤금순 운영위원은 이 대표를 겨냥해 “사욕이 들어가 있다”고 비판했다.

회의 내내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용납하지 못하는 당권파의 폐쇄주의, 부정선거의 진상을 밝히기보다 ‘우리 편’을 감싸겠다는 극단적 온정주의도 드러났다. 공동대변인인 우위영 위원은 “(권고안) 표결은 초헌법적인 쿠데타”라며 “진상조사보고서는 천안함 보고서처럼 누더기가 됐다. 진상조작보고서”라고 비당권파와 진상조사위원회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비당권파인 조승수 위원은 “도대체 얼마나 더 우리 밑바닥을 보여야 하나”라고 탄식했다.

[채널A 영상] 당권파 “어떤 수작이든지 해봐라, 감히 우리 당원을 모욕해”

○ 당권파의 방해로 온라인 회의


당 청년위원회 소속 대학생들과 30∼50대가 주를 이룬 당권파 참관인들은 이 대표와 우 위원의 말엔 무조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 대표가 “진상조사위가 보고서를 잘못 써서 언론에 그렇게 난 것이라고 정정보도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한 당직자는 “기가 막힌다. 세뇌당한 듯하다”고 말했다.

당권파의 비상식적 행태에 민노당 대표를 지낸 강기갑 의원은 이 대표에게 “정치지사 새옹지마다. 야욕과 집착 끊고 버려야 할 땐 정말 버려야 한다. 그것이 진보당의 새로운 싹을 틔울 결단”이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유시민 대표는 “통합 전 느꼈던 막연한 두려움의 실체가 나를 힘들게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5일 오전 6시 50분경 속개된 회의에서 이 대표는 끝내 안건 표결을 거부한 채 전국운영위 의장직을 사퇴하고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의장직은 유 대표가 대행했다. 당권파들의 방해로 회의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유 대표가 회의장을 옮기려 하자, 당권파 참관인들은 “문을 막아!”라고 소리치며 대표단과 위원들을 감금하려 하기도 했다.

통진당은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회의를 속개하려고 했지만 당권파 측 70여 명이 국회 의원회관 출입구를 봉쇄해 무산됐다. 회의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유 대표는 5일 오후 9시 반 인터넷에 비공개 카페를 개설한 뒤 온라인 표결로 안건을 전격 통과시켰다.

○ 비례 3번 김재연 “사퇴 불가”


6일 당권파는 반격에 나섰다. 청년비례대표 온라인 경선 1위로 비례대표 3번을 받은 김재연 당선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비례 사퇴를 권고한 전국운영위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며 ‘사퇴 불가’를 선언했다. 그는 “합법적으로 4만8386명의 선거인을 모집해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당선자는 이 대표를 잇는 당권파 경기동부연합의 차세대 ‘얼굴’로 꼽힌다.

김 당선자는 사퇴 거부를 “혼자 결정했다”고 했지만, 당내에서는 사실상 당권파 ‘몸통’인 비례 2번 이석기 당선자의 결정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당선자가 김 당선자를 내세워 여론의 동향을 살펴보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민주노동당 출신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진보를 위해 이석기, 김재연은 반드시 낙마시켜야 한다”고 글을 남겼다. 그러나 전국운영위가 의결한 권고안은 법적 효력이 없어 본인이 물러나지 않으면 당선자 신분을 박탈할 방법이 없다.

통진당은 12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 등의 수습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를 앞두고 이번 주 또 열리는 운영위에서 양측은 다시 정면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통합진보당#김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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