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도 대선 도전장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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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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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철학 놓고 경쟁하겠다” 사실상 출마의사 밝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사진)이 18대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은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에너지를 응집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이 더 뜨거워져야 한다”며 “경선이 시작되면 미래 한국을 위한 메시지와 국정 운영의 철학을 놓고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청와대를 떠난 뒤 올 3월부터 모교인 서울대 경영대에서 강의해 온 그는 “수업이 종료되는 6월 초쯤 밝힐 생각이었지만 (다른 주자들이 출마를 선언하는 등) 지금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공식 출마 선언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4·11총선이 끝난 지 3주 만에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임 전 실장이 출사표를 낼 뜻을 밝힘에 따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독주가 점쳐지던 경선 무대의 ‘판’이 더 커지면서 뜨겁게 달궈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을 돌며 민생투어에 나선 이재오 의원이 5월 10일경 출마를 선언하면 박 위원장을 중심에 놓고 4명의 비박(비박근혜) 후보가 에워싸는 ‘1+4 구도’가 형성된다.
▼ 박근혜 vs ‘非朴 4’… 새누리 대선 레이스 판이 커진다 ▼

임 전 실장은 올 경선에서 선거캠프 구성 관행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전·현직 의원들을 줄 세워 캠프에 참여시키고 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경험했다”면서 “내가 먼저 그런 방식에서 벗어나겠으며 다른 후보들도 그렇게 해 주기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젊은 표심 반영’ 경선룰 변경 요구

2000년 이후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세 번 당선된 임 전 실장은 의원직을 버리고 대통령실장(2010년 7월∼2011년 12월)을 지내며 이명박 정부의 2인자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 자산이자 부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측근들 사이에서도 “일하는 정치인이란 자리를 선점해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던지면 수도권의 젊은 표심이 움직일 수 있다”는 의견과 “박 위원장에 맞서는 게 이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MB(이 대통령) 심판론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자체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 전 실장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 박 위원장의 수도권 경쟁력에 의문을 던지면서 형성된 ‘비박 연대’의 테두리 안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김문수 정몽준 이재오 등 다른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완전 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와는 다른 경선 룰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젊은 표심을 확대 반영해야 한다. 당 대표를 뽑을 때 적용하는 ‘청년 선거인’ 의무조항을 대선후보 선출 때도 적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당규 8조 2의 ⑤항은 당대표 선출 때 19∼40세 ‘청년선거인’을 일정 비율 포함시킬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임 전 실장은 경선 시기에 대해 “올 6, 7월은 19대 개원 국회다. 그때만큼은 정치에 휩쓸리지 않고 민생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는 임시국회가 마무리된 뒤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 얽히고설킨 4인의 관계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왼쪽)이 29일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하금열 대통령실장을 임명한 뒤 퇴임하는 임 전 실장과 함께 걸어가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 동아일보DB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왼쪽)이 29일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하금열 대통령실장을 임명한 뒤 퇴임하는 임 전 실장과 함께 걸어가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 동아일보DB
당내 비박 주자들은 대세론을 타고 앞서가는 박 위원장을 따라잡기 위해 일단 공조할 수밖에 없다. 경선 룰 개정을 요구하는 것도 박 위원장에게 유리한 ‘판’부터 함께 흔들어보자는 것으로 보인다. 4인은 지지율이 아직 미미한 데다 박 위원장이 당을 완전히 장악한 현재 상황에서 기존의 경선 룰로는 승산이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2007년 대의원(20%) 당원(30%) 일반인(30%) 여론조사(20%)를 종합해 후보를 결정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당을 장악한 박 위원장의 입김이 ‘최소 50%(대의원+당원), 최대 80%(당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일반인 포함)’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4인 후보는 경선 캠프를 꾸려 몸집 불리기를 한 뒤 단일화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한다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들의 관계는 ‘경쟁’과 ‘견제’일 수밖에 없다. 동갑(1951년생)이며 서울대 상대 동기(70학번)인 김 지사와 정 전 대표는 60대 초반이다. 이 의원은 두 사람보다 여섯 살 위다. 이번 총선으로 7선이 된 정 전 대표, 주요 당직과 특임장관, MB의 분신이라는 평가 속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이 의원,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에 각각 재선한 김 지사는 연령이나 정치적 비중으로 볼 때 ‘대권’말고는 남은 선택지가 없고 차차기를 기약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76학번인 임 전 실장은 ‘박근혜 정조준’보다는 미래지향적 국정 어젠다를 제시해 나머지 3명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보’가 전제되는 비박 단일화에 대한 각 주자의 언급도 조심스럽다. 각 진영에선 경선 흥행을 위한 ‘불쏘시개’니 ‘킹 메이커’니 하는 표현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향후 의미 있는 여권 주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남지사 출신의 김태호 의원은 일단 “당의 요구가 있지 않으면 먼저 나설 상황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임태희#대선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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