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파문]합법 감찰과 불법 사찰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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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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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 감찰… 공무원-공공기관 임직원 비리 파악, 불륜-근무태만 미행-탐문은 합법
불법 사찰… 합당한 이유없는 민간인 추적-내사, 공무원 비리에 연루됐을땐 문제안돼
도청은 어떤 경우라도 불법

합법적인 ‘감찰’과 불법적인 ‘사찰’의 경계는 어디일까. 법조계는 현재 일부 언론이 합법과 불법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불법 사찰’로 규정하거나 혼동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합법 감찰과 불법 사찰을 나누는 기준은 ‘대상’과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대상’에서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의 비리나 불륜 행각, 근무태만 등을 파악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은 정상적인 직무 범위에 속한다. 대통령령인 ‘국무총리실과 그 소속기관 직제’와 총리훈령인 ‘공직윤리업무규정’에 따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직사회 기강 확립 △부조리 취약분야 점검 및 제도 개선 △공직자 복무관리와 관련한 대통령 및 국무총리 지시사항 처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에 비춰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고위 공직자의 불륜 행적을 추적한 것은 비위감찰에 해당한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의 비위 등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순수 민간인을 추적하거나 내사하면 불법 사찰이 된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사찰해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민간인이라도 공무원 등의 비리와 관련이 있으면 불법 사찰이 아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4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범위에 대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의 비위사항 등에 관련된 민간인에 대해 자발적인 방법으로 공무원 등의 비위사항을 확인하는 정도가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H산부인과’ 불법 사찰 의혹 건에 대해 검찰이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도 관할 보건소 공무원에 대한 금품공여 첩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행위였기 때문이다.

대상자가 순수한 민간인이어도 일반적인 동향이나 풍문을 수집해 보고하거나 외부에서 자료를 수집해도 자발적인 협조를 받아 자료를 수집했다면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실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부부의 고소사건과 관련해 공직윤리지원관실 측이 직권을 남용해 사건 관계인들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자발적인 자료 제공”이었다는 이유로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방식’에서는 공직자나 민간인을 불문하고 도청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불법 사찰이 된다. 공직자 등의 비위감찰을 명목으로 대상자 집에 몰래 들어가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를 해도 주거침입죄가 된다.

하지만 공직자의 불륜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미행하는 것은 일반적인 감찰활동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근무시간에 자리를 자주 비우는 공직자가 있을 경우 직접 따라가 보지 않고서는 정확한 실상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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