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내달 사거리 연장 세부협의… 한국 기술력은 “1000km 미사일 1,2년내 독자개발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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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2단 추진체 개발로 기술 - 경험 - 인프라 이미 갖춰
3000km 개발능력 있지만 中반발 고려 800~1000km될듯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 동아일보DB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 동아일보DB
한국과 미국이 다음 달 워싱턴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을 위한 세부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동아일보를 비롯한 내외신 공동 인터뷰에서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의지를 밝힌 뒤 이뤄지는 것이어서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본보 3월 22일자 A1면 ‘미사일 사거리 연장’ 11년 숙원 풀린다


군 고위 소식통은 22일 “한미 양국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다음 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SPI)에서 2001년 미사일지침 합의 이후 300km로 제한된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얼마나 늘릴지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은 “한국군의 탄도미사일이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려면 사거리가 1000km 이상 돼야 하지만 중국 측의 반발 가능성 탓에 우리의 기대에는 못 미칠 수 있다”며 “사거리를 800∼1000km 수준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現 미사일 최대사거리 南 300km 北 6600km…한참 멀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이 대통령 말씀대로 한미 양국 간에 (사거리 연장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수치까지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한미 양국이) 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군사보안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 대통령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논평을 피한 채 한국의 안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한국과의 사적인 토론을 공개하기 어렵다”며 “미국은 한국과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항상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과 주변 지역의 안전을 증진하고 양국 간 방위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을 항상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사거리 1000km가 넘는 탄도미사일을 1∼2년 안에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거리 500∼1000km 안팎의 단거리미사일(SRBM)은 통상 고체추진제(연료)를 사용하는데, 이미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나로호의 2단 추진체를 국내 기술로 개발한 바 있어 기술과 경험, 인프라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 정부 “탄두중량 안줄이고 사거리 최대한 연장 추진” ▼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나로호의 2단 추진체는 한국이 보유한 탄도미사일 개발 능력보다 용량이 훨씬 작게 제작된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로켓 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활용하면 사거리 1000km급 탄도미사일을 몇 년 안에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군 연구기관에선 1000km를 넘어 3000km급 준(準)중거리미사일(MRBM)을 개발할 수 있는 잠재적 기술력을 축적한 것으로 안다”며 “탄두중량에 따라 사거리가 결정되겠지만 최남단에서 한반도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사거리를 늘리는 대신 탄두중량을 줄이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방식은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500kg 이하의 탄두는 파괴력이 떨어져 북한 미사일기지나 핵시설 등 전략목표물을 제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탄두중량을 유지하면서 사거리를 최대한 연장하는 방향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으론 미사일지침 개정을 통한 사거리 연장은 한국이 가입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 2001년 1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180km에서 300km로 늘이는 내용의 미사일지침에 미국과 합의한 뒤 그해 3월 MTCR에 가입했다. MTCR는 탑재중량 500kg, 사거리 300km가 넘는 미사일과 위성발사체, 무인항공기(UAV) 등의 수출 및 기술이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다만 자국 기술로 개발 보유하는 것은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한 전문가는 “한국이 미국과 사거리 300km 이상에 합의할 경우 한국이 그간 미국에서 전수받은 기술을 활용해 사거리 연장을 추진하는 셈이어서 MTCR 규정에 저촉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2005년부터 대북 감시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한 고고도(高高度)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도입도 MTCR의 사거리와 탑재중량 제한 규정에 걸려 난항을 겪었다. 당시 미국은 글로벌호크를 한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MTCR의 관련 조항 개정을 추진했지만 러시아 등 일부 회원국이 반발해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이 그간 축적한 독자적인 미사일 기술로 사거리를 늘리는 것이어서 MTCR가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문제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국제사회와의 관계가 고려요소는 될지언정 전제가 돼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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