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우리나라상은?” 40대 페친, 김총리에 묻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7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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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곳 챙길 것"..구직난 20-30대엔 "낙담하거나 슬퍼 말라"

"요즘 세대별 갈등이 있다는데, 이 자리에 고등학생부터 50대까지 다 모였으니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헤어질 때는 공감할 수 있길 바랍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17일 총리실 페이스북 친구('페친') 30명과 만나 창덕궁 비원을 산책하고 오찬을 함께했다.

먼저 수필가 피천득 씨의 '비원' 구절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이끈 김 총리는 "서로 낯선 사이지만 총리실 페이스북을 통해 연결돼서 그런지 전혀 낯설지 않다"며 진솔한 대화를 약속했고. 복지와 실업 문제 등 '페친'들이 직면한 문제에 귀를 기울였다.

현재 구직 중인 이규성(31) 씨가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묻자 "이제 평생직장개념이 아니며 고용시스템이 바뀌어 경력직을 뽑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이 능사도 아니니 청년들도 적극적인 자세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총리실 페이스북에 실린 친필메모 중 "젊음은 술을 먹지 않아도 취하고, 시행착오도 특권으로 인정된다"는 구절을 소개하며 "20,30대가 결코 낙담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오늘의 어려움은 마음 먹기에 따라 약이 될 것이라 생각해 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파견직 제도에 대한 질문에는 "합리적인 법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투쟁, 폭력으로 해결을 시도하다보니 정규직을 채용 안 하려는 측면도 있다"며 법에 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교 교사 전대영(41) 씨가 "국민소득보다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며 총리가 바라는 우리나라상은 무엇이냐고 묻자 "우리가 바라는 나라는 경제적으로만 풍요해서는 안되지만 가난해서는 행복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김 총리는 이어 복지 문제를 언급하며 "현실을 인식하지 않고 그저 복지만을 좇는 '평등'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소외계층 문제 해결 없이는 사회 통합도 없다"며 "여유 있는 집단의 목소리는 크고 필요한 사람들은 힘이 없어 목소리를 못내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의 구체적인 요구가 없어도 힘없는 곳을 챙길 것"이라 말했다. 자신을 노총각이라고 소개한 이충효(32) 씨가 저출산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어떻게든 출산하도록 육아휴직, 영유아보육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과장해서 말하면 "낳기만 해라, 나라가 길러주마"가 기본 콘셉트라고 답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김은지 씨는 "이번에 등록금이 5%인하됐는데 대신 정원은 늘고 교수는 줄었다"며 이에 대한 총리의 견해를 묻자 "등록금이 가정에 너무 부담이 돼 낮추는 건 당연"하지만 대학 진학률이 80%에 이르는 현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취업 후 정원 외로 학교를 다시 갈 수 있게 하는 등 정부가 평생교육시대에 맞게 대학진학률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사회시스템을 바꾸려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교육이 지나치게 경쟁위주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입학사정관제, 마에스터고 등을 언급하며 "입학사정관제는 위험의 소지가 크지만, 수능성적 외에 모든 걸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무려 5시간에 걸친 회동을 마무리하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지산통신', 페이스북 메모 등에 나름의 답을 담았다"며 "읽고, 깊게 생각하고 대화해서 묵직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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