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투표율 오르면 與 득표율 하락’ 첫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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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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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지방선거 ‘세대별 투표 쏠림’ 검증… 내달 총선은?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었던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처음 등장한 트위터 ‘투표 인증샷’은 젊은층의 투표 참여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는 ‘여당의 참패, 야당의 약진’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2011년 10·26 재·보궐선거에서도 이어졌다. 현 정부 이후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면 보수 여당에 불리하다’는 속설이 생겨났다. 2030세대의 투표율이 박빙의 선거 구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런 속설을 검증하기 위해 서울대 박원호 정치외교학부 교수와 함께 세대별 투표율을 분석해봤다.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연령대별 투표율과 정당투표 성격이 강한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이 분석 대상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전체 투표구에서 10%를 표집해 투표율과 득표율을 조사한다. 2010년 선거에서는 조사대상 중 40대 이상 유권자 비율이 59.3%였고 2030 유권자 비율은 40.7%였다.

분석 결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20, 30대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이 오르면 야당에 표가 몰리는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면서 특정 세대가 특정 정당에 집중적으로 투표하는 ‘세대 투표’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 수도권·대도시 쏠림 현상 강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울산 등 수도권 및 대도시 지역에서 세대 투표 현상이 강했다. 인천이 가장 두드러졌다. 인천에서는 투표율이 높은 40대 이상의 투표율에서 20, 30대 투표를 뺀 ‘투표율 격차’가 1%포인트 줄어든 곳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득표율이 1.25%포인트 낮았다. 젊은층이 1% 투표를 더 하면 여당 후보 득표율이 1.25%포인트 떨어진다는 의미다. 박빙의 선거 구도라면 1∼2%포인트의 득표는 선거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

경기와 서울에선 여당 득표율이 각각 1%포인트, 0.8%포인트 낮아졌다. 전국적으로는 투표율 격차가 1%포인트 줄어들수록 평균 0.25%포인트씩 한나라당 득표율이 떨어졌다. 16개 시도 중 강원 전북 제주 충남에서는 반대로 2030세대가 투표를 많이 한 지역에서도 한나라당 득표율이 높았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도시화율이 낮은 지역에서는 젊은 세대라고 해서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고 해석했다.

○ ‘민주당 프리미엄’은 상대적으로 약해

2030세대 투표율이 높은 지역에서 한나라당 득표율이 낮았지만 민주당 득표율은 높았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득표율이 낮았던 만큼 민주당 득표율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한나라당에 부정적이었던 2030세대 표심이 고스란히 민주당으로 옮아간 것은 아니란 의미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 민주당 광역비례대표 후보는 투표율 격차가 1%포인트 감소할 때마다 각각 0.67%포인트, 0.83%포인트씩 더 많이 득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나라당 득표율이 각각 0.8%포인트, 1%포인트 감소한 것보다 그 폭이 작다. 한나라당에서 나온 표 가운데 일부는 군소정당으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2030세대가 더 많이 투표할수록 민주당 득표율이 낮아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에서는 투표율 격차가 평균보다 큰 지역의 민주당 득표율은 58.3%였지만 투표율 격차가 작은 지역의 민주당 득표율은 54.9%로 오히려 득표율이 3.4%포인트 낮아졌다. 김욱 배재대 교수는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야권을 지지하는 경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적, 안정적 지지자로 볼 수는 없다”며 “2030세대는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가변성이 큰 유권자”라고 설명했다.

○ 이번 총선에서도 세대투표 현상 있을 듯


2010년 지방선거와 달리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는 2030세대 투표율과 정당별 득표율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2007, 2008년 선거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감투표, 심판투표 분위기가 강해 세대와 상관없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강했다”며 “장년층에 비해 생활 기반이 불안한 젊은 세대는 현실에 대한 불만도 커 표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도 했다.

자료를 분석한 박원호 교수는 “이번 분석으로 선거 당시 이슈나 분위기에 따라 특정 정당에 투표하는 2030세대의 투표 성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2012년 선거는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재·보궐선거와 비슷한 분위기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커 세대투표 현상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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