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행정관이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5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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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前주무관 "하드 부숴도 좋다고 했다" 폭로
수사팀 "靑과 협의했으면 왜 수사했겠나" 반박
檢, 당시 수사기록 재검토할 듯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를 없앤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장진수(39)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당시청와대로부터 증거인멸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장 전 주무관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기 이틀 전인 2010년 7월7일 오전 최종석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민간인 사찰을 맡았던 점검1팀과 진경락 과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없애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은 "최 행정관이 '망치로 깨부숴도 좋고 한강물에 갖다 버리는 것도 좋다. 검찰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민정수석실과 얘기가 돼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를 안심시키려고 지어낸 말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머뭇거리자 최 행정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갈 것이라고 믿어서 하는 말인데 검찰에서 오히려 그걸 요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2008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종익(58) 전 KB한마음 대표를 상대로 불법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사건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김 전 대표가 블로그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린 것을 구실로 김 전 대표를 사찰했고 압력을 이기지 못한 김 전 대표는 2008년 9월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2010년 김 전 대표의 폭로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나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 등 7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장 전 주무관도 점검1팀과 진 과장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저'라는 장치를 이용해 훼손한 혐의(증거인멸)로 불구속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장 전 주무관은 최 행정관의 지시로 2010년 7월7일 오후 점검1팀과 진 과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4개를 수원의 한 업체 사무실로 가져가 디가우저로 파손했다고 전했다.

이틀 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점검1팀의 컴퓨터 6대 중 3대의 하드디스크를 복사해 갔으며, 장 전 주무관이 훼손한 점검1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3대는 복사가 불가능해 하드디스크 자체를 압수해갔다.

장 전 주무관은 "진 과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훼손된 상태였지만 당시엔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었는지 가져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0년 7월7일 오후 3시께 수원의 업체로 출발하기 전 청와대를 찾아 최 행정관에게서 대포폰을 받고 "앞으로 이 전화기로 보고하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대포폰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최 행정관에 대한 조사를 뒤로 미뤘고, 내가 검찰에서 최 행정관에 대해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조서는 재판에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사건 축소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최 행정관의 증거인멸 지시 자체에 대해 당시 검찰 조사에서는 진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검찰이 물어보기는 했는데 내가 대답을 제대로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의리라는 게 있다고 했고 최 행정관이 평생 먹여 살려주겠다고도 했다. 내가 잘못된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팀은 "민정수석실과 조율해 수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수사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증거인멸 증거를 찾으려고 몇 달을 수사했다. 검찰이 청와대와 협의했으면 왜 수사를 했겠나"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수사과정에서 전혀 나온 적이 없는 얘기다. 법정에서도 그런 얘기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이 폭로한 내용이 워낙 구체적인 만큼 이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작성한 수사기록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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