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리그’ 미국통 지고 유럽파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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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심의 신자유주의 쇠퇴… 유럽형 공존자본주의 주목
손학규-김종인-유시민… 유럽유학 인사 보폭 커져

여의도 1번지에 유럽정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에 비판적인 신자유주의가 쇠퇴하고 공존 자본주의가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유럽식 사회민주주의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여야 모두 4·11총선에서 복지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는 정치 상황과 맞물려 유럽에서 공부한 정치인이 다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학파는 주로 야권에 많다.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출신이다. 손 고문은 지난해 당 대표 연설 등에서 보편적 복지를 설명하면서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유럽식 복지국가 건설을 주장했다. ‘담대한 진보’와 ‘역동적 복지국가’를 내세우고 있는 정동영 상임고문도 MBC 기자 시절 영국 웨일스대에서 저널리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범구(독일), 우제창(영국) 의원도 유럽 유학생 출신이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독일 빌레펠트대 사회학 박사 출신.

유럽학파들은 연금 및 건강보험 제도 등 유학생 시절 직접 체감했던 유럽국가의 정치, 노동 및 복지 정책을 이상적인 정책 모델로 삼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독일 마인츠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은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2000년대 초부터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주요 정당의 공개회의에서도 유럽 정치가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한국노총 위원장인 이용득 민주당 최고위원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을 빼고는 모든 선진국에서 노조와 정치가 함께하고 있다”며 독일과 영국, 스웨덴의 노동조합 정치참여를 거론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 위원장의 민주당 최고위원 겸직을 비판한 데 대한 반론이었다.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프랑스)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독일) 등이 유럽 유학생 출신이다.

정치권에서 유럽학파가 부상하는 것은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학파가 국내에서 처음 조명을 받았던 시기는 김대중 정부 시절로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경제 상황이 최악인 때였다. 당시 황태연 동국대 교수 등 유럽학파들이 대거 발탁됐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하버드대)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코넬대) 등 미국 유학생 출신 정치인이 많이 기용됐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정치학 박사 출신인 신율 명지대 교수는 19일 “국내 경기가 악화되면 반대로 복지 욕구가 늘어난다. 이 경우 전통적으로 복지정책이 발달한 독일, 영국 등 유럽 출신 정치인과 학자들이 중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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