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강정책 개정안 확정… 새 정강 1조부터 ‘박근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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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정강·정책이 보수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되 중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 바뀌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국민행복국가’를 비전으로 내세운 정강·정책 개정안을 확정했다. 명칭도 ‘국민과의 약속’으로 바꿨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이야말로 당의 실질적인 내용이 바뀌고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날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 당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개정안 전문(前文)에서 ‘대한민국의 비약적 발전을 주도해온 발전적 보수’라는 문구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보수적 가치’라는 문구로 바꾸었다.

이렇게 보수정당의 틀은 유지했지만 ‘10대 약속, 23개 정책’에서는 중도를 향한 당의 노선 전환을 담았다. ‘선진정치’라는 표현을 ‘정치’로 대체하고 집단이기주의, 분배지상주의, 포퓰리즘 등 용어도 삭제했다.
▼ ‘선진화’ 사라지고 ‘국민행복’ 등장… 한나라 ‘뼛속까지’ 바뀔까 ▼

이는 부자·보수정당의 이미지를 벗고 중도로 스펙트럼을 확장해야 총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박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새 정강·정책은 무엇보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등 그동안 진보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가치를 대폭 수용해 전면에 내세웠다.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한 유연한 대북정책을 제시했으며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한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는 한나라당이 명실상부한 ‘박근혜당’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부자·보수정당 탈피

한나라당의 비전으로 제시된 ‘국민행복국가’는 박 위원장이 평소 강조해 온 캐치프레이즈다. 실제 첫 번째 약속으로 내세운 ‘모든 국민이 더불어 행복한 복지국가’ 조항은 박 위원장이 제시해 온 복지정책이 그대로 반영됐다. 박 위원장의 복지 키워드인 ‘평생맞춤형 복지’를 한국형 복지모형으로 설정한 것이다. △정부 부처 간 복지정책 칸막이 폐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 △복지와 일자리, 교육정책의 연계 강화 등도 박 위원장이 강조해 온 것들이다.

특히 ‘공정한 시장경제’를 약속한 3조에서는 논란이 됐던 ‘경제민주화 실현’ 항목이 포함됐다. 기존 정강·정책에서는 사유재산권 보장, 민간의 활력이 넘치는 자유시장경제 구현, 불필요한 규제 철폐 등 ‘기업의 자유’가 관련 조항의 앞머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새 정강·정책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위해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한다”는 부분이 강조됐다. 경제세력의 불공정거래 엄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경쟁 및 동반성장 등 정부의 시장 개입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는 한나라당과 박 위원장의 재벌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또 ‘부자·보수정당’ 이미지의 탈피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 유연한 대북정책

통일과 국방 분야의 정강·정책도 유연해졌다.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증진시켜 나간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등 다소 유화적인 표현이 담겼다.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존 문구는 삭제됐다. 다만 ‘북한의 인권 개선 노력’ ‘북한 핵문제에 단호 대처’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 등 보수의 끈도 놓지 않으려고 했다. 외교 노선은 ‘실용주의 외교’에서 ‘국익과 신뢰에 기반한 평화지향적 균형외교’로 바뀌었다. 국방장관을 지낸 김장수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10대 약속 중 7번째가) 국방외교라는 타이틀로 돼 있는데 (북핵 등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 군사적 조치 등을 담은) 국방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국방에서는 군 복무 기간이 자아실현과 능력개발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군 복무 시스템과 병영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군 복지를 확대하는 내용이 새로 들어갔다.

○ 교육경쟁력 개념 삭제

교육의 수월성과 경쟁력 제고 개념을 없애고 잠재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학생 스스로의 생애진로 개발지원, 인성교육 확대를 강조했다.

또 공교육의 질 제고, 고등학교 교육의 의무화 추진이 명시되면서 영유아 보육 및 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임도 명문화했다.

정치 분야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사회네트워크형 정당을 건설하고 청년정당으로서의 기능을 갖춘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국가권력기관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적용시켜 다수 국민을 우선하는 권력기관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의원 118명 중 대부분은 새 정강·정책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시하지 않았다. 일부 의원이 과학기술 혁신, 문화 창달 등을 좀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이 지적에 따라 정강·정책은 10대 약속, 25개 정책으로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이념적이고 국민 분열적 표현이라는 이유로 전문에 있던 “집단이기주의와 분배지상주의, 포퓰리즘에 맞서야 한다”는 부분을 삭제했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의 새 정강·정책이 ‘포퓰리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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