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비대위 “KTX 민간위탁 제동 걸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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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책에 첫 반대… ‘국토부 vs 코레일’ 대립 재점화

《 여당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고속철도(KTX) 운영을 민간에 위탁해 경쟁체제로 재편하려는 국토해양부 정책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12일 브리핑에서 “KTX의 경쟁체제 도입에 대해 국민의 우려가 크다”며 “비대위는 당정 협의를 통해 정부의 추진방향이 수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비대위 체제 출범 이후 여당이 정부 정책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 與 비대위 제동, 왜?

고속철 도입은 국회 의결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 철도사업법 5조에 따르면 철도사업면허는 국토해양부 장관이 부여할 수 있다. 그런데도 비대위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최근 KTX 민간사업자 선정에 대한 국토부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철도 민영화에 대한 사회적 찬반 갈등이 커진 탓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2014년 개통되는 수서발 부산·목포행 KTX 사업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배제하고 민간에 위탁하겠다고 밝혔다. 수서∼평택 구간을 신설한 후 평택 이남 지역에 현행 KTX 선로를 사용해 전국 운영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올해 상반기(1∼6월) 민간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1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철도경쟁체제에 관한 조찬간담회’를 열고 동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참여 의향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쟁체제 도입 계획을 설명했다. 국토부 측은 “비대위가 반대해도 고속철 민간사업자 도입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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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코레일은 이날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철도 운임이 20% 낮아진다’고 주장한 한국교통연구원 이모 본부장을 13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 전체 임직원의 절반인 1만5000여 명이 해당 소장에 서명했다. 코레일 측은 “이 본부장이 편향된 주장을 계속하며 코레일을 비도덕적인 기업으로 매도해 고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 ‘경쟁 도입’ vs ‘공공성 보장’


국토부와 코레일은 각각 ‘철도산업 경쟁 도입’과 ‘공공성 보장’을 주장의 논거로 삼고 있다. 국토부는 이번 민간사업자 선정을 경인선 개통 이후 113년간 계속된 철도 독점구조를 깰 계기로 보고 있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12일 KTX 민간 위탁운영과 관련해 “민영화와 같은 개념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독점사태를 유지하느냐 경쟁으로 가느냐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권 장관은 “코레일은 113년 동안 홀로 철도를 운영해왔다”며 “경쟁체제가 낫다는 것은 경제적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구본환 철도정책관은 “코레일이 공사로 전환할 당시 3조 원의 부채를 탕감받았지만 매년 거듭되는 영업적자에 부채가 다시 9조7000억 원에 이른다”며 “그런데도 직원 평균 연봉이 5800만 원인 것은 경쟁 부재에 따른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코레일은 KTX에만 적용되는 경쟁체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수익이 보장된 ‘알짜 노선’만 빼내 민간사업자에게 주는 것은 특혜일 뿐 아니라 KTX 운영 수입으로 일반 노선 적자를 메우는 상황에서 철도의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를 제외한 14개 일반 노선에서 매년 1조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이 중 4000억∼5000억 원을 KTX 운영 수입으로 상쇄한다. 코레일 정정래 미래기획처장은 “설령 민간사업자가 운임을 20% 내리더라도 일반 철도를 운영해야 하는 코레일은 가격을 내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도 논란이다. 특히 국토부가 새로 진입하는 사업자에게 철도차량을 리스해 줄 계획이라고 밝혀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량까지 민간사업자에 구매하라고 하면 시장 진입이 힘들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선로 이용료나 코레일 소유 전국 역 이용료 등을 제외하더라도 차량까지 국가에서 사서 빌려주는 것은 엄청난 특혜”라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그 외에 구체적인 민간사업자 운영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 전문가들도 찬반 팽팽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레일은 100명이 할 수 있는 일을 150명이 하는 비효율적인 조직”이라며 “코레일은 구조조정이 두려워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김건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팀장은 “새마을호, 무궁화호에서 적자가 발생하지만 공공성 차원에서 KTX 수익으로 비수익 노선 보조를 해주고 있다”며 “민간에 수익 노선만을 넘길 경우 코레일의 부채가 더욱 악화되고 장기적으로 요금도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개혁은 필요하지만 자칫 대기업 특혜와 요금 인상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보완할 제도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인식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사업자가 적자노선에도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허자경 인턴기자 고려대 경제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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