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증강론 다시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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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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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러 등 주변국 해상패권 견제할 고슴도치 전력 필요”

최근 미국의 새 국방전략 발표를 계기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해양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이를 견제할 ‘고슴도치 전력’으로 잠수함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고슴도치 전력이란 상대의 강력한 군사력을 꺾을 수는 없어도 공격을 받을 경우 치명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을 말한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항공모함과 대형상륙함, 첨단구축함 등 덩치가 큰 최신예 함정 위주의 해상전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 억제 효과를 거두려면 잠수함 전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8일 “주변 강국보다 경제력과 국방예산이 달리는 한국으로선 독도와 이어도 영유권과 해상교통로 보호 등 미래 안보전략 차원에서 잠수함 같은 전력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잠수함의 위력은 여러 차례 검증됐다. 2004년 미국 태평양사령부 주관으로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열린 환태평양연합해상훈련(RIMPAC)에 참가한 한국 해군 장보고함(1200t급)은 가상 대결에서 미군 항모와 이지스구축함 등 10여 척을 어뢰로 격침시키고도 발각되지 않아 ‘유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9년 RIMPAC 훈련에 참가한 이천함은 단 한 발의 어뢰로 1만7000t급 미군 퇴역순양함을 두 동강 내 바닷속으로 가라앉히기도 했다.

이는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바랴크와 같은 항모 전력에 대해서도 유사시 한국 잠수함이 충분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 해군은 장보고급 잠수함(1200t급) 9척과 손원일급 잠수함(1800t급) 3척 등 모두 12척의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2018년까지 손원일급 잠수함 6척을 추가로 건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잠수함들은 잠항기간이 짧게는 3일, 길어야 15일에 그쳐 작전능력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주변국에 ‘전략적 억제력’을 갖춘 3500t급 중형잠수함(KSS-Ⅲ)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형잠수함은 최대 잠항기간이 30일 이상이고, 수직미사일발사대를 탑재해 사거리 1000km 이상의 순항미사일 10여 기를 탑재할 수 있다. 유사시 적국의 앞바다 아래에 장기간 은밀히 숨어 있다가 결정적 순간에 적의 심장부를 향해 ‘한 방’을 날릴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중형잠수함 사업은 총 2조6000억 원을 들여 2018년부터 3척을 순차적으로 건조하고, 2020년까지 잠수함사령부를 창설하기로 계획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국방개혁 조정과 예산 삭감으로 양산 시기가 2020년으로 늦춰졌고 잠수함사령부 창설 계획도 폐지됐다.

일각에선 과거 정부에서 중단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간 정부는 핵잠수함 도입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해 왔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안보라인의 핵심 요직을 지낸 한 인사는 “당시 국익 수호와 전략적 억제력 확보를 위해 극비리에 핵잠수함 설계를 검토했다. 우리 기술로 핵잠수함에 탑재할 소형원자로 제작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한미 원자력협정 때문에 핵잠수함에 사용할 핵연료의 독자적인 확보가 불가능하고, 주변국들의 반발도 우려돼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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