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김종인은 보수 철거반장”… 金 “박근혜도 변화 공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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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정강 ‘보수 삭제’ 논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정책기조의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비대위 산하 정책쇄신분과위는 5일 회의를 열어 당 정강정책 전문에 명시된 ‘발전적 보수’ 표현 삭제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권영진 의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당이 전 국민을 대변하려면 ‘보수’ 용어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면서 “다만 논쟁의 여지가 있어 좀 더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할지 말지는 당 정체성의 변화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보수정당의 틀에서 벗어나 정책 운신의 폭을 넓힐 토대를 마련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채널A 영상]김종인 “‘보수’ 표현 삭제해야…박근혜도 동감”

이날 회의에선 김종인 비대위원의 ‘보수’ 용어 삭제 주장에 대해 “미국 공화당의 정강정책도 보수라는 용어는 쓰지 않는다”, “자유, 민주, 법치, 인권 등 보수적 가치를 드러냄으로써 ‘보수’ 용어를 대신할 수 있다”는 지지 의견이 적지 않게 나왔다. 하지만 일부 위원은 “논의 자체가 불필요한 이념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했다.

정책쇄신분과위는 아울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정세가 예측불허인 상황에서 미래 통일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유연한 대북정책’ 기조를 정강정책에 반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존 정강정책은 ‘호혜적 상호공존 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 적극적인 통일정책’을 명시하고 있으나 사실상 엄격한 상호주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또 양극화 해소를 위해 공정경쟁, 경제정의, 대·중소기업 상생 발전 등의 가치를 강조하기로 했다. 복지정책과 관련해 ‘평생맞춤 복지’를 명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박근혜 복지’의 캐치프레이즈인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가 선별적 복지의 인상을 준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시대정신의 변화에 부응해 국민의 정치 참여와 소통, 가족의 안전과 행복 등의 가치도 담기로 했다.

이날 분과위원들은 야당의 정강정책도 살펴봤다. 한 참석자는 “민주통합당의 정강정책은 ‘촛불민심’ ‘시민주권’ 등의 용어가 살아있는데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은 오래된 법전 같다는 지적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한편 비대위의 ‘보수’ 표현 삭제 검토에 대해 당내 반발도 나오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서 “정강에서 보수를 뺀다? 그럼 보수가 아니다. 이젠 당당하게 제대로 된 보수주의를 세울 때”라고 밝혔다. 전여옥 의원도 “한나라당에서 보수와 반포퓰리즘을 삭제하겠다는 김종인 비대위원, 아예 한나라당 철거반장으로 왔다고 이야기하시지”라고 적었다. 반면 원희룡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시대가 바뀌면 보수 내용도 바뀌는 것인데 정강정책에 보수라는 단어 자체를 못 박아두는 게 과연 시대 발전의 변화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보수’ 삭제 논란에 대해 “정강정책이 국민의 여망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는 부분은 있다”면서도 “찬반이 되다 보면 잘못된 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들을 내면서 정강정책 개정이 뒤따라가는 것이 더 와 닿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위원은 “박 위원장도 중도 세력까지 규합하는 방향으로 한나라당이 가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 당 정체성을 보수로 못 박지 않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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