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해산후 재창당”… 한나라 디도스 패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소장파 의원 일부, 선도 탈당 논의까지

한나라당 내에서 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세력과 손을 잡고 당을 재창당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일부 소장파 의원은 재창당을 앞당기기 위해 ‘선도 탈당’까지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구식 의원 비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 사이에서 “이제는 당 지도부 사퇴로도 어렵고 당 간판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도스 공격 사건이 초대형 악재가 됐지만 지도부가 경찰 수사결과만 기다리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6일 이재오 전 특임장관과 가까운 권택기 의원, 정몽준 전 대표 측의 전여옥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측근인 차명진 의원 등 10명은 모임을 갖고 “당을 해산하고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재창당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홍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김문수-정몽준-이재오 연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도부 중 원희룡 최고위원이 대리인을 통해 이 모임의 취지에 공감을 밝혔다. 유승민, 남경필 최고위원도 당직 사퇴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중 이들 3명이 물러나면 현 지도부는 무너진다.

사실상 당의 ‘주인’인 친박(친박근혜)계에서도 “재창당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당초 친박계는 홍준표 대표 체제를 유지시키면서 다선, 고령 의원들의 불출마와 당 쇄신, 외부 인사 영입, 공천개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으나 그것만으로 해결이 안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남지역의 한 친박계 의원은 “이제 (한나라당이) 헤쳐 모이는 것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에 맞지 않는 인물들은 떨어뜨리고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위적인 정치지형 개편이 원칙을 중요시하는 박 전 대표의 평소 정치스타일과 맞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워낙 상황이 심각한 탓에 그런 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라는 위기의식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내년도 예산안만 처리되면 ‘홍준표 체제’는 연말을 넘기기 쉽지 않을 거다. 새로운 질서, 개편의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 일부도 탈당이나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당내에선 권영진, 김성식, 정태근, 홍정욱 의원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중 한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동반 탈당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의원은 “일단 홍 대표가 내놓을 당 쇄신안을 본 뒤 (탈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중진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5일 경기 안성에서 열린 지역당원협의회 당원교육 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이재오 의원, 박 전 대표, 홍 대표를 차례로 거론하면서 당 위기상황의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재창당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누가 주도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신당이 ‘도로 한나라당’이 되지 않기 위해선 새로운 당의 간판과 인물이 필요한데, 외부 영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재창당의 파급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친박 성향의 미래희망연대, 충청권 보수정당인 자유선진당,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도하는 ‘박세일 신당’ 등과의 통합을 통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

분당과 합당, 창당을 빈번히 해 온 야권과 달리 한나라당은 1997년 창당 후 14년 동안 공천 탈락자들의 집단 탈당 외에는 당의 근간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재창당’ 노하우가 많지 않다는 것도 고민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