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사저’ 논란… 당청 “與지지층도 부정적” MB “그럼 백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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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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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곡동 사저’ 논란 열흘 만에 논현동 U턴하기까지

MB 논현동 자택 이명박 대통령 명의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집. 이 대통령은 17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입주 계획을 백지화하고 퇴임 후 논현동 집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MB 논현동 자택 이명박 대통령 명의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집. 이 대통령은 17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입주 계획을 백지화하고 퇴임 후 논현동 집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내곡동 사저’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퇴임 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은 논란의 씨앗을 뿌리째 뽑는 것 외엔 달리 길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측근 비리 의혹으로 여론이 나쁜 상황에서 사저 문제를 놓고 질질 끌 경우 남은 임기 국정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전날 밤 임태희 대통령실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선 “이 사안은 ‘야당 지지층’의 반발을 산 것보다 ‘이명박 지지자’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돌아서게 했다”는 평가와 함께 전면 백지화가 비중 있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실장의 보고에 앞서 청와대는 정치 사회 분야의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폭넓게 의견을 구했다. 대체로 “사저 규모 축소로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300억 원이 넘는 개인재산을 사회에 헌납했다. 이런 마당에 내곡동 사저를 통한 ‘땅값 차익 기대’라는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을 때만 해도 적극적인 해명으로 어느 정도 털어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내곡동 용지의 가격 산정 기준과 자금 출처, 경호처 예산 전용 등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 터져 나오자 청와대는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임 실장은 대통령 해외 체류 기간 3, 4차례 관련 회의를 주재해 의견을 모았고, 지난주 중반부터 청와대에서 ‘백지화 불가피’를 언급하는 보고서가 작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모는 “사저 계획을 백지화하면 지금까지 거론돼 온 불법행위 의혹을 전부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내곡동 용지를 축소하거나 일부를 공익적인 목적으로 쓰자는 것이었다. “논현동 자택 주변의 경호 용지 확보 어려움 등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거론됐다. 그러나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다른 관계자는 “10·2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공격이 더욱 심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면서 “의혹을 원천봉쇄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사저 논란이 불거진 지 열흘 만에 이 대통령은 비교적 신속하게 내곡동 사저 백지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청와대가 상당한 내상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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