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소장파 “김황식, 서울시장 나와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임태희 “가능성 없는 아이디어”

웃고는 있지만… 한나라당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최고위원이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승민 최고위원과 얘기하며 웃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웃고는 있지만… 한나라당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최고위원이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승민 최고위원과 얘기하며 웃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50일가량 앞두고 여권이 방향타를 잃은 채 혼돈에 빠진 모습이다.

야권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불출마 선언과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출마 가시화에 이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과의 후보 단일화 추진 등 통합 후보를 내기 위한 프로세스를 밟아가고 있다. 반면에 여권은 외부인사를 영입할지, 당내 인사를 내세울지, 어떤 구도로 선거를 치를 것인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대도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구상찬 홍정욱 의원 등 일부 의원이 7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온 김황식 국무총리를 함께 찾아가 “총리 외에는 (서울시장 후보로) 대안이 없다. 출마를 해야 한다”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는 “제가 그럴 능력이 있겠느냐”며 일단 고사했지만 김 총리를 만난 한 의원은 “(김 총리가) 강하게 거부하지 않아 밀어붙이면 (설득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울지역 의원 상당수가 김 총리를 (후보로)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與, 서울시장 선거전략 갈팡질팡 ▼

‘김 총리 차출설’에 대해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아이디어 아닌가 싶다”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서울시장 선거까지) 50일 정도 남았다. 요새 정치 일정의 50일은 정말 긴 기간이다. 지금 말하는 게 참…”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후보로는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이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나 최고위원을 후보로 내세우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여러 의견만 분분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김 총리가 호남 출신에 정치색이 없고 경륜과 안정감을 갖춰 오랜 시민운동 활동 경력에 이념적 편향성이 뚜렷한 박 변호사가 야권 후보로 나올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시민들이 이번에는 시장을 선택할 때 행정능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김 총리가 시장 후보로 나오면 이명박 대통령 정권에 대한 심판 구도로 선거가 진행될 수 있어 오히려 불리해질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다른 쪽에선 마땅한 외부 인사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일찌감치 경쟁력 있는 당내 후보를 뽑아 총력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나 최고위원은 박 변호사와 확실히 차별화가 된다. 40대의 젊고 똑똑하고 이미지가 좋은 여성 후보와 시민운동만 해온 50대 남성 후보 간의 대결 구도면 해볼 만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혼돈스러운 상황을 빨리 정리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한나라당의 최대 주주인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박 전 대표가 보궐선거의 전면에 나설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가 한나라당이 처한 위기 국면에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중도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선진과 통합’은 이날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외부 인사를 영입하더라도 당내 인사와 공정한 경선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편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한 안 원장이 대선 후보 반열로 거론되면서 여권에선 안 원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안 원장의 과거 행적, 정치적 성향, 기업 운영 과정의 문제점 등을 ‘스크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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