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2억 줬다”]사퇴땐 교육감도 보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박지원 “곽노현 조속히 거취 밝혀야”… 10·26 재보선 판 더 커지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금품 제공 문제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돌발 변수로 급부상했다.

곽 교육감이 지난해 6·2 교육감 선거 당시 자신을 지지하면서 후보를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을 준 사실을 28일 시인하면서 우군(友軍)인 민주당 내에서조차 ‘자진사퇴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판 여론에 못 이겨 곽 교육감이 9월 말 이전 물러날 경우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초유의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반면 곽 교육감이 법원의 최종판단을 기다리다가 대법원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게 되면 보궐선거가 아닌 재선거가 실시된다. 그러나 그 시기는 재판 진행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 ‘표적수사’라던 민주당 꼬리 자르기?

전날까지 ‘보복수사이자 표적수사’라며 곽 교육감을 옹호했던 민주당은 곽 교육감이 돈을 준 것이 확인되자 큰 충격에 빠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 단일 후보였던 곽 교육감을 밀었고, 8·24 주민투표 때도 곽 교육감을 총력 지원했다. 그러나 이제는 곽 교육감이 금품 지원 사실을 시인한 것 자체가 민주당에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주는 악재라고 받아들이며 향후 검찰 수사가 몰고 올 파장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는 “선의로 줬다”는 곽 교육감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곽 교육감이 평소에도 곤궁한 주변 사람들에게 몇억 원씩 쾌척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는 지적에 뭐라 답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주민투표 무산 이후 조성된 우호적 여론이 급속히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초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곽 교육감을 잘라내고 가는 방안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진사퇴론까지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서 “곽 교육감은 책임을 통감하고 조속히 거취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당 대책위원회 대변인이었던 김성호 전 의원도 “정치적 도덕성, 법적 정당성을 따지는 잣대는 보수, 진보에 달리 적용될 수 없다”며 곽 교육감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 “곽 교육감 사건은 오 전 시장 사퇴가 (진보 진영에) 가져다 준 환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며 “표적 수사를 비판하기 이전에 내부를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나라당엔 역전 호재?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표 무산 및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수세에 몰렸던 한나라당은 일거에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호재를 만난 듯한 반응이다. 김기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교육감 선거에서 경쟁 후보에게 거액을 전달한 것은 후보 사퇴의 대가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당내에선 서울시장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육감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질 경우 이번에는 보수 교육감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섣부른 기대감마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시장 후보를 내세워야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논쟁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준표 당 대표는 27일 대구에서 열린 지역민방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보수의 상징이 되는 인물을 내세워 보수층을 결집하고 일부 중도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결집한 보수층을 다시 투표장으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홍 대표는 외부영입론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당 일각에서 나오는 ‘총리급 후보론’과도 맥이 닿아 있다.

반면 비주류의 남경필 최고위원은 2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보수가 결집하면 이긴다는 선거공학적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번 보궐선거 구도가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으로 가면 중도 유권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고 다른 의견을 폈다. 한나라당을 괴롭혀온 복지 논쟁에서 벗어나 다른 이슈를 제기하려면 중도 성향의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