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대통령 눈높이에 맞춰 공생전략 짜라” 브레인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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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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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靑 간담회 앞두고 차별화 부심

31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의 오찬 간담회를 앞두고 주요 그룹이 차별화된 공생발전 전략을 짜느라 부심하고 있다.

재계는 동반성장이 화두(話頭)가 된 이후 열린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간담회 때에 비해 대통령이 대기업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아졌다고 판단해 이번 간담회가 ‘압박 면접’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들은 어느 때보다 긴장하며 ‘대통령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전략을 내놓기 위해 핵심 부서를 총동원하고 있다.

○ “강도 높은 대기업 책임 묻는것”


주요 그룹들은 이 대통령이 올해 8·15 경축사에서 재계를 향해 던진 표현들이 대부분 부정적인 것이라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탐욕 경영’ ‘자본의 책임’ ‘부익부 빈익빈’ 등의 표현을 쓰면서 곧바로 총수 간담회를 예고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공정사회’라는 화두를 내놓고 상생을 강조한 이후 가진 두 차례 간담회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간담회에서 동반성장을 주문하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고, 올해 1월 간담회 때는 기업과 정부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을 치하하기도 했다.

그러던 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대기업을 질타한 이유는 그동안 여러 차례 동반성장을 강조했음에도 대기업과 총수들의 대응이 이에 못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대기업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책임을 적극적으로 맡으라고 주문하지 않았느냐”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수준이 아니라 훨씬 거시적이고 강도 높은 책임을 묻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반(反)기업 정서 누그러뜨릴 차별화 전략 부심

주요 그룹 가운데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곳은 삼성과 SK다. ‘1등 기업’이라는 이유로 반기업 정서의 표적이 된 삼성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시에 따라 미래전략실 차원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공생발전과 관련해 여러 부서에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삼성 관계자는 “승자독식에서 벗어나 삼성의 이윤을 모두와 나눌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이 가운데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한 것들을 추려 간담회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해 공생발전 전략을 짜고 있다. 대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있는 SK는 2004년 기업 이념을 ‘이윤 극대화’에서 ‘이해 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로 바꾼 것과 같은 맥락에서 공생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사회 구성원 사이에 SK에 대한 반감이 생기면 경영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사회적 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SK와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사회 구성원들까지 아우르는 것이 전략”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최근 주력인 전자 계열사들의 부진으로 그룹 전반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추진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기존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LG는 40여 년 전인 1969년에 일찌감치 LG연암문화재단을 설립했을 정도로 창업 당시부터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의지가 크다. 이에 따라 LG는 현재 복지, 문화, 환경, 교육, 언론 분야로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는 5개의 재단을 더욱 활성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소기업과의 녹색 동반성장, 고졸 인력 채용 확대 등도 LG의 공생 전략이다.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GS그룹은 중소기업 지원 등 기존의 동반성장 정책들을 공생이라는 큰 틀에 맞춰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포스코는 중소기업과 기술협력을 해 얻은 성과를 나눈다는 ‘성과 공유제’ 확대를, 한진그룹은 ‘협력사와 함께하는 성장’을 공생전략의 키워드로 삼아 세부안을 짜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동반성장사무국을 통해 현재 사회적으로 강조되는 공생발전과 관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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