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北 NLL 포격때 우리 軍엔 어떤 일이… 군령 간데없고, 레이더 눈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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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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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함대 “10발 대응사격” 지시 묵살돼… 작년말 배치 ‘아서’ 北포탄 감지못해

신형 대포병레이더 ‘아서’.
신형 대포병레이더 ‘아서’.
북한이 10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해안포를 발사했을 때 한국군 일선 부대가 즉각 대응한 뒤 사후에 보고하는 ‘선(先)조치 후(後)보고’ 방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북한이 1발을 쏘면 3발로 응징한다는 ‘3배 대응’ 원칙을 놓고도 군 지휘부가 혼선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11일자 A1·6면 참조
A1면 ‘北도발 先조치 後보고’ 이번에도 말뿐이었다
A6면 北 1차포격 20여분 뒤에 南 첫 ‘경고통신’

○ ‘선조치 후보고’ 원칙 말뿐이었다?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사건 당시 상황기록에 따르면 10일 오후 1시경 북한군이 쏜 포탄 3발 중 2발은 NLL 북측 해역에, 1발은 NLL 남쪽 0.6km 지점에 떨어졌다. 이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사격은 1시간이 지난 오후 2시경에야 이뤄졌다.

해군 2함대사령부는 최초 상황 보고를 받고 ‘3배 대응’ 원칙에 따라 10발을 쏘도록 해병대 연평부대에 지시했지만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병대가 주축인 서북도서방위사령부와 해군 2함대가 작전지휘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인 결과라고 신 의원은 분석했다.

이후 군 당국은 서방사와 연평부대, 2함대, 합참이 화상회의를 통해 51분간 토의를 한 뒤에야 NLL을 넘어온 1발에 대해서만 3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대응사격도 NLL 이남으로 한정했다. 신 의원은 “결국 합참이 작전을 총괄했던 셈이어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 취임 직후 표방해 온 ‘선조치 후보고’는 유명무실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18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의) 사격훈련으로 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토의한 만큼 1시간이 걸린 건 문제가 없으며, 우리 측 피해가 없는 만큼 ‘선조치 후보고’ 제외가 맞다”고 밝혔다.

명령체계의 혼선과 관련해서는 “(작전지침상) 책임지역 범위를 고치려고 한다”며 “거리 개념은 상징적일 수 있어서 혼선이 없도록 구역 개념으로 묶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작전지침은 북한이 저강도 도발에 나서면 서북도서와 해안 2km 이내 방어는 서방사가, 서북도서 해안 2km 밖은 2함대가 주도하도록 돼 있다.

○ 신형 레이더, 포탄 궤적 추적 못해

북한국 포격 당시 신형 대포병레이더 아서(ARTHUR)는 북한이 발사한 5발(오후 1시경 3발, 오후 7시 46분경 2발)의 포탄 궤적을 전혀 추적하지 못했다. 아서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기존 대포병레이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응사격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드러난 뒤 백령도와 연평도에 1대씩 긴급 배치됐다.

제 기능을 못한 아서를 대신해 북한군의 발사 지점과 포탄의 낙하지점을 파악한 것은 음향표적탐지장비인 할로(HALO)였다. 할로는 대포병레이더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 7월 배치됐다.

군 당국은 “당시 서해상의 시계가 1km에 불과해 아서가 제대로 추적할 수 없었다”며 “기능상 바다 수면을 향해 발사되는 포탄을 육지보다 파악하기 힘든 점도 있다”고 해명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아서는 도발 가능성이 더 높은 다른 해안포 진지를 감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비 자체의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위사업청이 6월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육군 3군사령부 예하에 배치된 6대의 아서가 78차례나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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