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칸 박사 진술서-北노동당 비서 편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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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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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998년 핵기술 확보 위해 파키스탄 군부에 350만달러 뇌물”

전병호 북한 노동당 비서가 1998년 7월 15일 파키스탄 핵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에게 보낸 영문 편지 사본.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했다며 공개한 이 편지에는 북한과 파키스탄 간에 이뤄진 핵 관련 비밀거래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
전병호 북한 노동당 비서가 1998년 7월 15일 파키스탄 핵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에게 보낸 영문 편지 사본.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했다며 공개한 이 편지에는 북한과 파키스탄 간에 이뤄진 핵 관련 비밀거래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
북한이 1998년 파키스탄으로부터 핵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파키스탄 군부 고위 수뇌부에 현금 350만 달러(약 37억 원)와 다이아몬드 루비 등 보석을 뇌물로 건넸다고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사진)가 폭로했다.

7일 워싱턴포스트(WP)는 1998년 전병호 당시 북한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현 정치국 위원 겸 내각 정치국 국장)가 칸 박사에게 보낸 편지 사본을 단독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편지가 진본일 경우 북한의 핵개발 배경과 관련한 지루한 논쟁을 종결시킬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한국 일부 야권 및 진보진영에서는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합의로 중단한 핵개발을 재개한 것은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적대정책에 맞서기 위해서라며 ‘핵위기의 미국책임론’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칸 박사의 폭로는 제네바합의에 따른 대북지원을 진행 중이던 1990년대 중후반에 북한이 이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구체적으로 추진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UEP를 수입하려 했다는 것은 칸 박사가 과거 자서전 등을 통해 주장한 바 있으나, 북한 측이 작성한 구체적 문건으로 증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P는 1998년 편지 이외에도 2004년 칸 박사가 가택 연금 상태에서 파키스탄 정부 조사에 대비해 작성한 11쪽짜리 진술서도 공개했다. 이 진술서와 편지는 워싱턴 극동정책연구소 사이먼 헨더슨 연구원이 칸 박사에게서 받아 놓은 것이다.

전 비서는 1998년 7월 15일 보낸 편지에서 “파키스탄 주재 북한대사관의 강태윤 참사로부터 ‘북한은 제항기르 카라마트 파키스탄 당시 참모총장에게 300만 달러를 전달했으며 50만 달러와 다이아몬드 및 루비 3세트가 줄피카르 칸 당시 중장에게 전달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칸 박사에게 돈 전달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어 “비행기로 파키스탄에 미사일 부품을 보낼 예정이니 그 비행기 편에 핵 기술 자료들과 부품들을 실어올 수 있도록 파키스탄 주재 북한 대사관 관리에게 전해 달라”고 덧붙였다. 편지 마지막 부분에는 ‘북한노동당 비서 전병호’라는 사인이 찍혀 있다. 이 편지 작성 직전인 1998년 5월 파키스탄은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은 그해 8월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편 2004년 작성된 진술서에서 칸 박사는 “전 비서는 1990년대 파루크 레가리 파키스탄 대통령을 만나고 주요 핵 실험실을 방문했으며 수십 명의 북한 기술자들이 파키스탄에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칸 박사는 또 “강 참사가 우선 50만 달러가 든 가방을 나에게 줘 내가 직접 카라마트 참모총장에게 배달했다”며 “강 참사는 핵 농축기술을 제공할 경우 추가로 250만 달러를 주겠다며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WP는 진술서와 편지의 진위가 100%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의심했던 정황과 일치해 상당한 신빙성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도 “전문가들이 검토한 결과 전 비서의 친필 서명은 진짜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전형적으로 편지지 위쪽에 인쇄문구가 없는 북한 서한의 형식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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