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로 ‘해적제재 국제룰’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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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60개국이 해적 리스트 만들고 ② 계좌추적 위해 금융정보 공유 ③ 각국이 체포-계좌동결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해적 자금 차단 특별회의’에서 소말리아 해적 배후세력의 금융제재와 체포를 위한 사상 첫 국제규범이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달 29일 한국이 소말리아 해적을 퇴치하기 위한 국제회의기구인 해적 퇴치 연락그룹(CGPCS) 회의의 해적 자금 차단 특별회의를 개최한다. 국제사회가 본격적인 해적 자금 차단에 나서는 사실상 첫 회의의 의장국을 한국이 맡아 해적 퇴치의 국제규칙을 세우는 ‘룰 세터(rule setter)’로서 의제를 주도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는 △선박 정보를 소말리아 해적에게 제공하고 석방 협상금을 챙기는 배후세력에 대해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아랍에미리트 등 60개 참가국이 확보한 정보를 공유해 일종의 제재 용의자 리스트를 만들고 △의심되는 인물들의 자금 유통이 국가 간에 이뤄졌을 경우 계좌추적을 위한 금융정보를 각국이 공유해 거래 사실을 해당 국가에 통보한 뒤 △각국 수사기관이 용의자를 추적해 체포하고 계좌를 동결하는 내용의 국제제재 규범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이런 수사와 추적 정보를 공유하고 지원하는 일종의 사무국 역할을 하게 된다.

제재 리스트를 만들어 해당 계좌를 동결하는 대북 금융제재의 방식을 빌려 기업화된 해적 배후세력을 체포하고 자금을 동결함으로써 해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규범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처럼 구속력 있는 제재는 아니지만 곧바로 각국에 신사협정 방식의 금융제재로 적용된다. 정부 관계자는 “불법으로 의심되는 거래의 제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 등에 불이익을 주는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를 근거로 각국의 금융제재 참가를 강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서 도출된 규범은 CGPCS 총회와 유엔 안보리에도 보고된다.

한국은 해적 출몰지역을 지나는 전 세계 선박의 20%, 물동량의 29%를 차지하고 있어 해적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 4명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은 ‘피터’라는 이름의 영국인 보험업자(41)가 삼호주얼리호와 삼호드림호의 석방 협상 때 선사에 접근해 왔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영국과 두바이에 소말리아인 출신의 해적 배후가 집중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말리아 해적에게 선박 정보를 제공하고 납치를 상의하는 국제해상보험업자, 선박중개업자, 보험 브로커들이 영국 런던에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1차 해적 자금 차단 특별회의는 3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려 각국의 해적 대처와 배후 의심세력의 자금 유통 현황을 공유했다. 글로벌 금융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해적 자금 차단에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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