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9개월만의 만남… 양측 속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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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한 中은 “北, 도발말고 남북대화를”
방문한 北은 “그럼, 쌀과 경제지원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0일 중국 방문은 지난해 5월과 8월의 잇단 방중에 이어 9개월 만에 다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의 잦은 중국행은 그만큼 북-중 양국 지도부 간의 관계가 긴밀해졌으며 서로 주고받을 현안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친선우호’의 형식을 빌려 북한에 △남북 대화 △긴장 조성 자제 △점진적 개방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합의한 북핵 6자회담 3단계 프로세스(남북 대화→북-미 대화→6자회담)를 김 위원장에게 설명하며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런 중국의 요구에 화답하는 제스처를 보이면서 경제협력과 식량원조라는 반대급부를 챙기려 할 것으로 보인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중국의 국제정치적 지지뿐 아니라 물질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3월 세계식량계획(WFP)의 식량실태 조사단을 받아들여 식량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전략을 취했지만 한국과 미국은 식량지원을 결정하지 않았다.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단장으로 하는 미국의 식량지원 평가단이 조만간 방북할 예정이지만 대규모 식량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북-중 간 경제협력도 식량원조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여전히 북-중 경제협력에 반신반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명해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이 인프라 개발 능력이 없기 때문에 직접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북한은 중국의 직접 개발은 주체성의 훼손이라며 차관 제공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차관만 제공할 경우 돈이 인프라 건설에 쓰이지 않고 중국에 대한 채무 변제나 북한 최고지도부의 비자금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경제협력과 관련한 중국의 요구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대규모 경제지원과 식량원조를 요청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이 경제협력과 식량지원뿐 아니라 안보문제 해결을 위한 군사적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흥규 교수는 “김 위원장이 한국과의 군사력 불균형을 거론하며 무기체계 지원을 요구하고, 중국은 한국과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북한의 낙후된 무기체계 개선을 위한 지원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여 5개국 간의 공조에 균열을 내기 위한 북한의 전략적 선택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한반도 정세는 일시적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新)냉전 구도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초 미중 정상회담과 5개국 협의를 통해 ‘남북 대화 우선’이라는 원칙에 공감대를 이뤘다.

‘조건 없는 6자회담 개최’를 주장하는 북한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피로 맺은 친선 북-중 우호’ 이념을 내세우며 중국의 행보를 비난함으로써 현 상황을 타개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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