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방의학원 설립 초당협력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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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훈련소의 같은 소대에서 불과 2개월 사이에 훈련병 2명이 잇달아 숨지는 등 허술한 군 의료체계로 인한 장병 피해가 잇따르자 더는 이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에선 여야를 떠나 초당적 차원에서 국방의학원 설립 재추진을 비롯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도 군 의료체계의 총체적 점검에 나서는 등 이번 사태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군 관계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후진적인 군 의료체계를 확 뜯어고치지 않는 한 ‘싸워 이기는 강군’이란 구호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 여야, 군 의료체계의 전면 개선 추진


한나라당 박진, 민주당 신낙균, 자유선진당 박선영, 미래희망연대 김정 의원 등 여야 4당 의원들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인 국방의학원 설치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열악한 우리 군 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장기복무 군의관 양성을 통해 안정적이고 선진화된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전공의 부족과 시설 낙후 등 열악한 군 의료시스템으로 생명을 위협받고 억울한 피해를 보는 장병들이 더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국방의학원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군 의료체계 개선에 적극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방의학원 문제는 결국 예산 문제로 귀속된다”며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국방부와 함께 확대당정회의를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16일 오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당으로 불러 군 의료체계의 실태와 개선 방안에 대해 보고받은 뒤 획기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15일 “최근 동아일보가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는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며 “(과거)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에 대해 나도 지적해 왔지만 간신히 장기복무 군의관 13명을 늘리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 육군훈련소의 열악한 의료체계 실태


불과 두 달 사이에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의 한 소대에서 훈련병 2명이 잇달아 숨진 사건은 낙후된 훈련소 의료체계와 후진적 제도가 낳은 ‘합작품’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시대가 바뀌어도 장병들을 ‘소모품’으로 여기거나 낙후된 군 의료체계를 당연시하는 사회 인식도 훈련병들의 정당한 의료권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올해 2월 민간병원 진료 요청을 번번이 거절당한 정모 훈련병이 자살한 뒤에야 실태 조사를 벌인 뒤 부랴부랴 관련 훈령을 고쳤다. 군의관이 승인을 해야만 민간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존 훈령 때문에 훈련병들은 몸에 이상이 있어도 훈련소 내 의무대와 군병원 진료에만 의존해야 했다.

개정된 훈령에 따라 육군훈련소는 지난달부터 훈련소장이 판단해 훈련병의 민간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군 관계자는 “군 당국이 현역병의 건강보험 부담금을 줄이고 훈련병들에 대한 용이한 통제를 위해 민간병원 이용을 최대한 자제시킨 게 결국 화근이 됐다”며 “이번 사건으로 훈련병은 물론이고 그 부모들이 군 의료체계를 더 불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육군훈련소의 미흡한 의료시설도 심각한 문제다. 국방부는 최근 군 의무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기존 20개의 국군병원을 15개로 줄였다. 이로 인해 그동안 육군훈련소에 대한 의무지원을 전담하던 국방부 직속 국군논산병원이 없어지고 훈련소 안에 설치된 육군 예하 논산지구병원이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진료 능력과 수준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국군병원 축소로 약 1만7000여 명에 달하는 육군훈련소의 훈련병들은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었고, 결국 늑장 치료나 오진으로 인한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해 왔다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육군훈련소 내 논산지구병원을 찾는 훈련병이 하루 500명에 달하는데 제대로 된 진료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며 “이번 사건이 곪을 대로 곪은 군 의료체계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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