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나라당 당권 경쟁에 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8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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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지형의 '새판짜기'가 가시화하면서 정치권의 이목은 이제 6월말~7월초로 다가온 차기 한나라당 당권 경쟁에 모아지고 있다.

재보선 패배 직후 치러진 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수도권 소장파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연합, 친이(친이명박)계 주류 후보를 탈락시키고 자신들이 미는 후보를 당선시키며 주도권을 쥠에 따라 대표 선출에서도 그 기세가 이어질지 관심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100여 명에 이르던 친이계는 친박계와 비슷한 수준인 60명 안팎으로 축소되어 당 주류는 사실상 친박계와 소장파의 연합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친박계가 지지하는 인사가 차기 당 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친박계가 전대에 후보를 직접 낼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친박 핵심 인사는 "친박이 당권을 잡아야 한다, 쇄신파가 잡아야 한다는 등의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며 "친박이 앞으로 주도권 행사에 몰입한다거나,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권력투쟁의 기회로 삼는다는 느낌을 주면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이 친박계의 주도권 장악 내지는 주류로의 급부상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여기에 당권 욕심까지 낸다는 인상을 줄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묻어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직접 후보를 내기 보다는 소장파 후보 쪽으로 힘을 밀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박근혜 전 대표 자신은 내년 4월 총선을 위한 선거대책위 구성에 즈음해서나 움직임을 본격화할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다. 당규를 고쳐서까지 전대에 출마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친박의 부상에 따라 움직이는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은 흘러나오고 있다.

총선 위기감에 몰려 비주류 원내대표 탄생이라는 '반란'의 선봉에 선 소장파는 '젊은 대표론'을 내세워 당권 장악 프로그램을 가동할 전망이다. 소장파들은 안상수 대표가 총사퇴하며 구성되는 비상대책위의 의원총회 승인을 요청하는 등 당 주도권을 쥐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초·재선 소장파 의원 33명들의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측은 "민의를 반영하는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공동간사를 맡은 정태근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젊은이의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 특히 서민이나 약자 편에서 봤을 때 공정하고 정의로운 보수정당이라는 인식을 줘야 국민의 지지가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4선의 남경필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 정두언 의원 등이 간판 선수로 떠오르고 있다. 소장파의 한 핵심인사는 "젊은 대표는 친박과 소장파가 연대할 때 만들어질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가 키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의 충격적 패배로 '몰락'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는 친이계가 어떤 후보를 만들어내며 상황 반전을 시도할지도 주목된다.

좌장인 이재오 특임장관 주변인사들 중 일부는 "이 장관이 당으로 복귀해 당권에 도전하고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말을 내놓는다. 이 장관이 당 장악에 다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측근들은 "이 장관이 당권 보다는 대권 도전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그 경우 친이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당권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소장파의 대반란이 성공함에 따라 차기 간판으로 거론되던 중진들의 입지는 다소 좁아진 양상이다.

'신주류'로까지 불리며 힘을 받던 4선의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자신의 지지기반인 친이계가 위축된데다 자신과 거리를 두는 친박계가 부상함에 따라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측근은 "한나라당의 재보선 패배 후 상황이 유동적이지만 김 전 원내대표가 친이 소장파들과 소통하고 있고, 친박계에서도 절반 정도는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달 말까지는 정치권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최고위원의 경우, 서울에서 내리 4선에 성공해 수도권 대표성이 있는데다 2005년 당 혁신안 도출에 이어 서민특위 위원장으로 활약했고 청와대를 향해서도 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 친박 또는 소장파 등과의 접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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