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대통령 해먹기 힘들다 생각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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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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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등반후 간담회… 與최고위원 부부동반 만찬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취임 3주년(25일)을 앞두고 출입기자단과 북악산을 오른 뒤 청와대 충정관에서 설렁탕 오찬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저녁엔 한나라당 최고위원(9명)들과 부부 동반 만찬을 했다.

○ “남은 2년 하산(下山) 아니다”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북악산 산행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산 정상에서 만난 시민들을 향해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북악산 산행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산 정상에서 만난 시민들을 향해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 대통령은 3년 소회를 묻는 질문에 “사람들은 3년이 지났으니까 높은 산에서 내려온다고 하는데 그것은 너무 권력적인 측면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5년 임기 수행은) 평지의 릴레이이며 내가 5년간 뛰고 그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일이다. 선진 일류국가를 이룰 수 없더라도 기초를 닦아 놓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고 이런 나라 대통령이 뭐 해먹기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정치적 난관에 직면하자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했던 말을 연상케 하는 얘기였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남북 정상회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의 회담 동석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웃으며 “차라리 기자회견이 나을 뻔했다”면서도 차분히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금년에 변화해서 남북 대화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면 북한주민들이 조금 숨 쉬고 살 수 있게 해 주는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2월 초 신년 방송좌담회 때 “필요하면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해 한 나라 정상과 나눈 대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당시 이 정상이 자신에게 “김정은 그 친구 나이가 몇 살이냐. 대장 맞느냐. 나는 육사를 1등으로 나오고도 별을 따는 데 수십 년이 걸렸는데 어떻게 26세(김정은을 지칭)는 하룻밤 자고 나서 대장이 됐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맞장구를 치면서 ‘창피하다’고 같이 욕하고 싶어도 문득 같은 민족이 웃음거리가 되니까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과 개헌과 관련해 직접 소통할 생각이 있는지, 직접 개헌을 발의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등산복 차림이 아니라) 정장에 넥타이를 맨 뒤 답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 대통령은 민감한 질문이 이어지자 “이상으로 회견을 모두 끝내도록 하겠다”며 행사를 직접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산행 도중 이 대통령은 “(입원 치료 중인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이 벌떡 일어나면 좋은데, 그러면 작전이 끝난다”고 말했다. 일왕 방한은 임기 중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지만 일본도 독일처럼 과거사를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 정부 성공 못하면 정권 재창출 힘들어”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의 부부 동반 만찬에서 이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각자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대사(大事) 앞에선 남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건배사에서도 ‘자기 절제’를 강조해 일부 최고위원들의 튀는 언행에 일종의 경고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2시간 반 정도 이어진 만찬에는 와인과 막걸리가 곁들여졌다. 일부는 두 술을 섞은 ‘와막’을 마시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구제역, 전월세난, 물가 상승 등 지금이 가장 어려울 때일 수 있다”며 당과 정부의 단합을 강조했다. 또 구제역에 대해서도 “최근 이런저런 조치를 취했으니 이젠 나아지지 않겠느냐. 다들 열심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호남지역 몫의 정운천 최고위원은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가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석패율 제도를 꼭 도입하게 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생계형 운전자와 벤츠 운전자의 범칙금이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꺼내자 이재오 특임장관도 “스웨덴에서는 소득에 따라 벌금도 차별이 있다. 신호위반 벌금으로 1억2000만 원이나 낸 경우가 있다”고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국무회의에서 두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구체적으로 진행이 안 되는 것 같다. 차등해서 범칙금을 부과하는 부분에 신경을 써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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