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파이로프로세싱’ 韓-美 10년간 공동연구 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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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협정TF팀장 밝혀

한국과 미국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방식의 일종인 파이로프로세싱(건식정련기술)의 한미 공동연구를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이후인 2021년에 완료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추진하는 파이로프로세싱은 그동안 한미 양국 간에 쟁점이 돼왔다.

이경렬 외교통상부 한미원자력협정TF 팀장은 13일 아산정책연구원이 개최한 ‘G20 정상회의 이후 한국 글로벌리더십 과제’ 심포지엄에서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한미공동연구는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과 별도로 10년간 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연구 결과에 따라 한국이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독자적으로 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한미원자력협상은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인 2012년 말 또는 2013년 초에 마무리 될 예정이기 때문에 협정문에는 (연구결과에 대한) 미래 상황을 가정한 부분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행 협정이 만료되는 2014년 3월 전 개정 협상을 타결시키되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에 대한 확정적 결론은 제외시키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이번 합의문에는 훗날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 결과에 따라 한국이 독자적으로 재처리를 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문안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한미 양국이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를 원자력협정 협상과 분리시킨 것”이라며 “원자력협정 타결에 주안점을 둔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파이로프로세싱 논의를 원자력협정 협상과 분리하겠다는 정부의 ‘투트랙’ 접근법이 구체화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현행 원자력협정 만료 후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이견 때문에 새 협정이 타결되지 못해 한국의 원전 수출 등이 가로막히는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 용량이 2016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시급히 파이로프로세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과학계에서는 논란이 될 여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에 대해 한국은 비확산적 성격의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의 핵비확산 강경론자들은 플루토늄 추출이 우려되는 기존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한미 간 이견 때문에 2008년경 시작하기로 한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2년간 지연돼 왔다.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한미 간 2차 협상이 3월 안에 시작될 예정이며 분기마다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협상이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장은 “올해 말에는 4, 5개인 협상 이슈에 대해 한미 양측의 이해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1차 협정에서 △한국의 원자력발전 위상을 감안해 선진국형 협정을 체결해 한국이 희망하는 사안을 충분히 반영하고 △미국의 일방적인 통제를 용인하는 현행 협정을 호혜적으로 바꾸며 △한미동맹 강화에 기여하고 △비확산에서도 긴밀히 공조하도록 한다는 4가지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파이로프로세싱(pyro processing)::

원자력발전 후 남은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해 다시 원자력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의 전통적 방식인 퓨렉스(purex) 공법과 구분되는 신기술로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순도가 높은 추출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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