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결국 사퇴]정국 3대 키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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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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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본 ‘黨의 제동’… 與내부 “내년 선거 걸림돌 되면 또 견제”

안상수-김무성 ‘온도차’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안상수 대표(오른쪽)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입을 굳게 다문 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에 대한 당 지도부의 사퇴 요구 방식이 부적절했다며 안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안상수-김무성 ‘온도차’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안상수 대표(오른쪽)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입을 굳게 다문 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에 대한 당 지도부의 사퇴 요구 방식이 부적절했다며 안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가 12일 자진사퇴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4년차 초반 예기치 않게 불거진 여권 내 분란은 한 고비를 넘겼다. 당내에서도 “확전을 막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당청 갈등은 외견상 ‘수습 모드’로 들어서는 양상이다. 하지만 당청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진 않은 듯하다. 불씨의 도화선이 곳곳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정 내정자 사퇴 이후 정국은 안갯속이다. 정 내정자의 자진사퇴 요구를 관철시킨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안 대표와 청와대 간의 감정적 앙금은 풀릴 수 있을 것인지,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청와대 인사라인 문책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이 대통령은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을 어떻게 관리하고 국정 장악력을 회복할 것인지 등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① 당청관계 어디로
겉으론 수습… 정권 후반기 갈수록 갈등 커질듯


한나라당 내에선 정 내정자의 사퇴로 당청 갈등이 일단락되더라도 앞으로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현 정부 들어 집권여당이 나서서 대통령의 인사에 제동을 건 첫 번째 사례였기 때문이다. 특히 정권 후반기인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자’가 아니라 의원 개개인의 명운이 걸린 총선과 그에 이은 대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표면적으론 정 내정자의 사퇴를 기점으로 화해 국면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태도다. 안 대표는 1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앞선 비공개 회의 때 “오늘만 우리가 부딪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잘 정리되지 않겠느냐”며 협조를 당부하고 참석자들이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런 기류를 대변한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중국을 방문했다가 11일 귀국하자마자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조찬회동을 하며 안 대표가 계획적으로 거사를 도모한 게 아니었음을 강조한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우발적이었든 계획적이었든 이번 일이 당청 관계의 급격한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 승리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 대상이 청와대라 할지라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청와대에선 아직 안 대표에 대한 불만이 가시지 않은 분위기가 읽히지만 당내에서 당장 ‘지도부 교체’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정 내정자에 대해 부적격 결정을 내린 방식이 적절했느냐를 놓고 이견이 있지만 결정 내용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당에 피해를 주는 결정을 내린다면 안 대표가 다시 칼자루를 쥐고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② 靑인사라인 문책론
與“의사 충분히 표현… 뿌리뽑자는 건 아니었다”


한나라당 내에서 청와대 인사라인이나 이번 인사를 사실상 주도한 임태희 대통령실장에 대한 ‘문책론’은 일단 가라앉는 분위기다.

당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당 지도부의 정 내정자 자진사퇴 요구에) 임 실장이 기분 나빴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충분히 당시 상황을 잘 설명했기 때문에 임 실장 측도 어느 정도 오해를 풀었을 것”이라며 “당청이 사태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에 공감한 상황에서 추가 문책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책론 제기는 ‘전쟁을 하자’는 것인데 우리는 처음부터 임 실장을 겨냥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의도 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당내 비주류와 소장그룹에서도 ‘문책론’ 제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기류가 느껴진다. 소장그룹의 정태근 의원은 “이번에 당에서 워낙 신속하고 강하게 대응을 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앞으로 당과 조율하는 모습을 일단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 중에서도 문책론 제기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그만하면 (당이 청와대에) 충분한 의사표현을 했고, 곧바로 무슨 인책론까지 제기해서 ‘뿌리를 뽑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 주류에 각을 세워온 홍준표 서병수 최고위원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 최고위원은 원내대표 시절 임 실장이 정책위의장을 맡아 서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기 때문에 ‘문책론’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이번 파문이 문책론으로 번지는 데는 부정적인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정 내정자 사퇴 후 청와대 위민관의 대통령실장실을 예고 없이 찾은 것도 현 청와대 참모진에 대해 흔들리지 말고 업무에 전념하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다음 주 인사청문회에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마저도 결정적 흠결이 드러나 거취 문제가 다시 제기될 경우 여권에서 다시 문책론이 나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 친이(친이명박)계 초선 의원은 “지난해 8·8 개각 당시 총리 내정자 등 3명의 국회 인사청문 대상자가 한꺼번에 낙마해 여권이 큰 어려움을 겪고도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된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③ 인사 스타일 바뀔까
靑관계자 “직언 한계”… 폐쇄적 시스템 도마에


이 대통령은 최근 며칠 동안 벌어진 인사 파동에 대해 일절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 내정자 자진사퇴 요구를 대통령의 권위에 대한 항명으로 인식하는 것인지 아닌지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인사 파동을 거치며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권위가 크게 훼손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정 내정자까지 포함해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인사가 무려 8명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권 내에서조차 “이명박 정부는 인사로 망하겠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당청 갈등이 수습모드로 갈지, 다시 재연될지 여부를 떠나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바뀔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 대통령 인사스타일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잘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을 쓴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감사원장 인사도 그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자칫 레임덕의 서곡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고를 부른 셈이 됐다.

장관급 이상에 대한 인사가 철저한 보안 속에 이 대통령과 극소수 참모에 의해 이뤄지는 점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경우 제대로 직언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특정 인사라인의 문책 여부를 떠나 ‘폐쇄적’ 인사시스템의 개선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앞에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사감(私感)을 가진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면서도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다시 한 번 리뷰할 필요는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청와대는 조속히 ‘정동기 낙마 파동’ 국면에서 벗어나 정국 주도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그간 스타일로 볼 때 국정 장악을 위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이 신년 특별연설의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와 안보를 챙기는 데 주력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정국 타개책이 있을 게 없다는 태도다. 다만 여권 내에선 이 대통령이 좀 더 여의도와의 ‘소통’ 등 정치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정치권의 관심이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더 정교하게 정치권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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