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靑 ‘정동기 충돌’]與일각 “MB 인사 스타일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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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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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주변인물’에 끌려 측근 중용 되풀이
“지난 3년 쌓아온 성과 인사난맥에 다 까먹어”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의 거취 문제를 놓고 초유의 당청 충돌이 벌어지는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출범 이후 이 대통령의 인사는 컴도저(컴퓨터 달린 불도저)라는 평소 일처리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여권의 지배적인 평가다. 2008년 이른바 ‘강부자’ 인선,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스폰서 의혹 검증 실패, 2010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등 3인의 ‘동시 낙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검증 실패 혹은 측근인사 선호에 따른 비판의 구도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일부 예외에도 불구하고 ‘장고(長考)’와 검증된 참모의 재기용이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정동기 카드를 집어든 것은 이런 방식의 결정판이다. 전임자인 김황식 국무총리가 감사원을 떠난 지 100일이 지나서야 내정자가 발표됐지만, 그 결과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과거 참모의 재발탁이었다.

여권 내에선 이 대통령의 결정을 놓고 향후 4년간 감사원을 이끌며 행정부를 ‘감사’할 자리에 조직 장악력이 강한 인물을 쓰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하필이면 왜 옛날 참모냐”며 고개를 젓는 이들에게 청와대는 뾰족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신뢰할 만한 인물’에 집착하는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지난해 12월 신임 국방부 장관으로 이희원 대통령안보특보를 1순위로 선택한 일이었다. 하루 만에 김관진 현 국방부 장관으로 일단락됐지만 이 대통령은 위기국면의 국방 리더를 꼽는 순간에도 ‘익숙한 주변 인물’에게 끌렸던 것이다. 당시 이 특보는 초기대응 혼선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이런 성향을 놓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국회의원직 상실 및 BBK 사건에서 연원을 찾는 이들이 있다.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재계 및 정치권에서 일궈낸 화려한 성적 가운데 치명적 위기를 초래했던 두 사건은 모두 ‘신뢰도 100% 검증’을 못 받은 이들을 곁에 두면서 생겼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10일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이 초래한 불편한 당청관계를 국민들은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능력 부재로 해석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인사는 “지난 3년간 분초를 다퉈가며 일하면서 올린 성과를 인사난맥으로 다 까먹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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