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자-北우라늄 별도협상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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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북한이 최근 미국 전문가를 불러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해 북핵 6자회담 재개에 앞서 사전 폐기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27일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새로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협상을 요구하면 (그때 가서 협상 여부 등)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별도로 다루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정부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할 전제조건을 완화하는 등 융통성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장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은 기존의 북핵 합의와는 다른 만큼 별도의 협상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의 포기’를 약속한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따라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의 우라늄 핵개발이 이미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됐고 이 때문에 제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해 6자회담이 시작된 만큼 이미 합의한 대로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2009년 4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을 추방한 뒤 설치한 새로운 시설이기 때문에 9·19공동성명의 폐기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그동안 6자회담 과정에서 줄곧 우라늄 핵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다 6자회담이 중단된 뒤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들어 우라늄 농축 기술을 새로 개발한 것처럼 선전해 왔다.

따라서 6자회담이 시작되더라도 우라늄 농축을 둘러싼 논란으로 당장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해법은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새로운 합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정부 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지난해 그랜드바겐(일괄타결)을 제안한 배경 중 하나가 농축 우라늄이었다. 9·19공동성명에는 이 문제가 들어 있지 않아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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