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연료봉 얼마나…국외반출 진정성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1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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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에게 국외 반출 의사를 밝힌 핵연료봉은 핵무기 재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위해 만든 사용 전 연료봉을 의미한다.

지난해 1월 방북했던 정부 실사단이 확인한 바로는 북한은 5㎿ 원자로용 2400여개, 50㎿ 원자로용 1만2400여개 등 모두 1만4800여개의 사용전연료봉을 영변 핵연료봉 제조공장에 보관하고 있다.

이는 1994년 제네바합의에 따라 핵연료봉 공장이 동결되기 전인 1993~1994년에 생산된 것으로 우라늄으로는 101.9t에 해당하며 현 국제시세로 1400만 달러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때 북한 핵시설 불능화의 일환으로 북한이 보관 중인 사용 전 연료봉을 직접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이를 위해 정부 실사단이 지난해 1월 4박5일간 북한 영변의 관련 시설을 직접 돌아보는 등 남북간 논의가 어느 정도 진척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당시 우리 실사단에게 국제시세를 크게 웃도는 가격을 제시한데다 검증의정서 채택 지연으로 비핵화 2단계(핵시설 불능화 및 대북 중유 100만t 지원)가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북한의 사용 전 연료봉 구매 검토는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사용 전연 료봉의 판매를 위한 협의 의사를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 큰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제스처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작년에도 북한이 우리 정부보다 사용 전 연료봉 판매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또 판매 협의가 잘돼서 북한이 보관 중인 사용 전 연료봉이 모두 국외로 반출된다고 하더라도 핵연료봉을 더 이상 제조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이뤄지지 않는 한 무의미하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볼 때 사용 전 연료봉 판매 및 국외 반출 의사를 표명한 데에 진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큰 의미는 부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는 등 사용 전 연료봉 반출 의사와 함께 IAEA 사찰 수용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비핵화를 위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1일 "사용 전 연료봉의 국외 반출은 북한의 핵물질 추출 소지를 줄인다는 의미를 가진다"면서 "다만,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까지 공개한 마당에 사용 전 연료봉은 농축 이전 단계의 재료로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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