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단행]무력대응 일단 안한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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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南 강수에 한발 뺐지만… 추후 ‘예상못할 도발’ 노릴수도

북한은 20일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곧바로 맞대응하지 않았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대비태세를 유지했으나 추가 도발은 없었다”며 “연평도 북쪽의 서해안 부대 외에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는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의 태도는 연평도 사격훈련에 앞서 “2차, 3차의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며 위협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북한은 오후 6시 42분에야 “군사적 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며 당분간 대응 도발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군이 이날 즉각 도발하지 않은 것은 한국군이 연평도와 백령도의 전력을 대폭 증강하고 전투기 폭격 등 강력한 자위권 행사를 예고한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격훈련에 주한미군과 유엔군사령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점도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이른 시일에 북한이 추가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북한의 향후 추가 도발과 관련해 군 당국은 북한이 도발을 위협하면서 “화력타격의 강도와 포괄범위는 11월 23일(연평도 포격)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재현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 시나리오(1) 서해 5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동안 함정 간 전투(대청해전)→수중공격(천안함 폭침)→포 사격(연평도 포격) 등으로 같은 방식의 도발을 연속해서 반복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볼 때 추가 도발이 일어난다면 그 범위는 연평도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서해 5도에 대한 동시다발적 포격 도발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군이 최대사거리가 60km인 240mm 방사포 등을 이용해 서해 5도 전역에 걸쳐 포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지대공 미사일 SA-2를 전방에 배치한 만큼 서해에서 활동하는 한국군 정찰기나 전투기를 격추하는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한국군 고속정과 초계함을 해안포나 지대함 미사일로 타격할 수도 있다.

우도 대청도 소청도 등에 상륙해 섬을 점령하는 도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상륙작전을 위해서는 오랜 준비가 필요한 만큼 북한이 당장 이 같은 도발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 시나리오(2) 군사분계선

군 당국은 북한이 서해가 아닌 MDL에서 도발을 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MDL에서 도발한다면 예고한 대로 한국군의 대북 심리전에 보복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MDL 인근 11곳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타격할 가능성이 있다. 성탄절을 맞아 21일 점등할 예정인 서부전선 최전방인 경기 김포시 하성면의 ‘애기봉 등탑’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남측이) 대북 심리전을 위한 등탑 켜기 놀음을 벌인 것은 대형 전광판에 의한 반공화국 심리모략전의 개시도 머지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새로운 무장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망동”이라고 위협했다.

한국군은 MDL에서 발생하는 북한군의 총격 도발에 대해 K-4 고속유탄기관총, K-3 기관총, 90mm 무반동총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서해·동해지구 남북공동관리구역에서의 국지적 충돌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 시나리오(3) 동해나 수도권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북한이 서해가 아닌 동해나 수도권에서 ‘성동격서(聲東擊西)’식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

우선 동해 쪽에서 잠수함을 보내 도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의 군사적 영도력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한국 해군 호위함이나 초계함을 잠수함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대한 포격 가능성도 있다.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20일 “대응타격은 미국과 남조선의 본거지를 청산하는 데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이 같은 도발은 북한으로서도 감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격 주체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도록 특수부대를 활용한 테러를 택할 수도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동영상=포격은 시작됐다.연평도 방공호안에서 본 대피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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