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다시 긴장 고조]불붙은 한반도 외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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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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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반대” 밀착하는 북중러… 北 ‘진영 가르기’에 말려드나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강도 높게 반대 의사를 나타내면서 연평도를 둘러싼 남북한 갈등이 ‘한미일’ 대 ‘북-중-러’ 블록 간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연평도 문제를 계속 부각시킴으로써 이명박 정부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선전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 국익 위해 북한 편드는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16일 외교채널을 통해 4강을 비롯한 주요국에 연평도 사격훈련을 통보한 이후 사격훈련을 둘러싼 외교적 대치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 영해에서 한국군이 실시하는 군사훈련에 대해 러시아가 ‘극단적인 반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중국이 ‘어떤 행위도 반대한다’고 밝히는 것 자체가 외교적 대응 수준을 넘어선 내정 간섭에 해당하는 움직임이다.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은 18일 “남북한이 냉정과 자제를 보여 대화와 접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노력보다는 일단 6자회담 소집만을 촉구해 온 중국의 태도가 이번에도 반복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함께 국제사회의 주요 양대 축인 ‘G2’로 떠오른 중국이 연평도 문제를 계기로 본격적인 미국 견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러시아의 태도다. 한반도 현안에 비교적 소극적이던 러시아는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소외된 외교적 입지를 이번 연평도 도발을 통해 회복하려는 분위기다. 한때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강력하게 비난했던 러시아는 17일 외교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1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나서 “각 측(남북)에 최대한의 냉정과 자제를 요구한다”고 촉구하면서 한반도 현안에 주도권을 발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소식통은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남북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러시아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목적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 중-러 이해관계 고려한 북한의 전략?

이 같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치 전선은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대응 노력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북한의 전략적인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6자회담 참여 5개국이 한결같이 북한을 비난하고 압박하는 구도를 깨뜨리기 위해 개발한 외교적 노림수가 연평도 도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북한은 18일 잇단 대외 메시지를 통해 중국과의 우호를 과시하고 한미 간 균열을 조장했다. 북한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동북아시아 내 질서가 한미 중심에서 북-중 위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G2의 반열에 올라서고 북-중 간의 협력관계가 강화된 데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조선신보는 “조-중(북-중) 두 나라의 우호협력이 지역의 낡은 대결구도를 허무는 신기축을 형성했다”며 “천안함 침몰, 서해 포격전 이후의 일련의 사태 진전은 이 지역의 평화를 지키는 힘의 보루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를 뚜렷이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신문은 “중국의 존재감 확대로 상징되는 국제적인 역량 관계의 변동에 제동을 걸어보려는 미국의 발악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조선에는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자력갱생으로 최첨단을 점령한 국방력이 있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이날 오후 나온 북한 외무성 담화도 8일 열린 ‘한미 합참의장 협의회’에서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국의 자위권 행사를 지지한 것 등을 비난하면서 “미국이야말로 저들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한 나라(남한)의 평화와 안정을 교란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 북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흔드나

중국과 러시아의 이례적인 외교적 대응은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관리 및 대북 군사력 억제 실패에 이어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적 실패를 노린 북한의 ‘치고 빠지기’ 식 계산된 외교전략의 결과일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통일부가 남북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관리하지 못하고 국방부가 연평도 포격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명박 정부의 안보적 대응 실패를 이번 추가 도발 위협으로 외교적 대응 실패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인 외교안보 대응 실패를 이끌어내 현 정권의 통치 능력을 무너뜨리고 2년 뒤 남한의 정권교체를 노린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발판으로 삼아 서해 5도와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남북 갈등을 증폭한 뒤 이 지역을 동북아 지역의 국제분쟁으로 격상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6·25전쟁 이후 관련국들이 추구해 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한반도 위기 프로세스’로 전환시키는 구조적 ‘현상타파’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中 ‘뭔가 역할은 해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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