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상태 한미관계 내년 이후 유지 의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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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조사국 “지금은 물샐틈없는 게 맞긴 한데…”

“약간의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확실히 2008년 이후 한미관계는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긴밀한 양국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미국 입법부의 입법이나 정책 수립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초당적 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CRS)은 18일 내놓은 ‘한미관계 2010∼2012’라는 제목의 33쪽짜리 보고서에서 향후 한미관계의 미래를 이같이 예상했다. 아시아 담당관인 마크 매닌 박사가 대표 집필자. 그는 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지난달 중순 한국을 방문해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외교부 및 국방부 당국자들을 면담했다.

보고서는 “특히 대북정책과 관련한 한미 정책 공조는 문자 그대로 물샐틈없다. 한 고위 당국자의 표현대로 ‘양국이 같은 쪽(page)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문단(paragraph) 안에 있다’고 할 정도로 의견이 일치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긴밀한 한미 공조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한미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진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며 “이 대통령의 정책 중 일부에 대해서는 한국인의 지지가 어느 정도인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자주 우선순위에서 차이점이 나타나며 상당수 한국인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중점을 두지만 미국은 핵 비확산을 더 중시한다는 것. 보고서는 “현재 이런 대북정책의 차이는 북한의 호전적인 행동으로 가려지고 있고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북핵 문제가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일관된 정책으로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보고서는 “한국인은 대체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이 한반도에서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며 한국의 지도자가 미국에 지나치게 양보하고 있다고 느낄 때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른바 좌파나 진보세력은 이 대통령의 정책을 대부분 반대하며 그의 통치스타일에 대해서도 극렬히 비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2011년 이후 한미관계는 현재의 공고한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태”라며 “특히 진보정권의 등장은 한미관계를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서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에 대한 내용도 상세히 소개했다. 보고서는 “애초 비용은 100억 달러를 웃도는 정도였고 한국이 그중 40%인 40억 달러를 내기로 했지만 2010년 추산비용이 130억 달러로 늘었고 한국 역시 그에 따라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평택으로 이전하는 시기에 대해서도 2015년이나 2016년까지 이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이 협상에 관여하는 일부 인사 사이에서는 2020년까지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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